▲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빅 페이크>의 한 장면.
넷플릭스
가짜로 쌓아 올린 인생
1970년대 이탈리아 정치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극좌 테러 조직 '붉은 여단'은 유력 정치인을 납치·살해했고, 극우 정치 세력은 암살을 일삼았다. 그런 가운데 정부 비밀 조직은 범죄 집단과 손잡고 온갖 비밀 공작을 벌였다. 토니와 파비오네, 비토리오는 모두 이들과 복잡하게 얽힌다.
특히 토니의 뛰어난 위조 능력은 곳곳에서 이용된다. 그의 행적은 실제 역사적 사건들과도 연결된다. 알도 모로 납치 사건 당시 붉은 여단의 전단지를 제작하고, 이른바 '제7 성명서'를 위조한다. 한편 그는 도나타와 함께 로마를 떠나기 위해 은행에서 300억 리라를 훔치는 데 성공하고, 붉은 여단의 소행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이다. 모작을 만들어 팔며 돈을 벌더니, 위조 범죄에 손을 대고, 테러 조직과 정부 비밀 조직 모두를 위해 문서를 위조한다. 심지어 은행을 털어 막대한 돈을 훔치기까지 한다. 이 정도면 역사의 주변인이 아니라 역사를 직접 움직인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욕망은 재능을 어디까지 끌고 가는가
토니라는 인물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그를 단순한 악인이나 범죄자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인 만큼, 그의 욕망과 선택의 과정을 함께 보여 주려 한다. 만약 그가 단순한 악인이었다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싶었다.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생존해야 했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그 욕망이 결국 그를 범죄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세계에 깊이 들어갈수록 타인을 해치지 않으면 자신이 무너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토니의 삶은 가짜로 점철되어 있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는 가짜를 정교하게 만들어 진짜를 대체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진짜인 양 꾸며 냈다. 그렇게 돈과 권위를 얻었지만, 결국 그것은 가짜로 쌓아 올린 모래성에 불과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래서 토니의 삶은 단순한 범죄담을 넘어, 욕망과 성공의 허상을 보여 주는 상징처럼 다가온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