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SBS
드라마가 깔아둔 이 멍석은 극 초반부터 쏟아진 인터넷 '밈'과 패러디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신서리 역을 맡은 임지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은 매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단연 '밈(Meme)' 현상이다. 지난 2회 방송에서 극 중 드라마 감독의 갑질을 폭로하기 위해 스태프가 올린 영상이 재편집되면서 탄생한 이른바 '장희빈 밈'이 대표적이다. 영상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더러운 입을 놀리느냐"라며 매섭게 호통을 치는 신서리의 모습은 극 중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큰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4회에서 서리가 "야인시대 제18회, 김두한이 제비를 쓰러뜨리는 대목"이라 외치며 기상천외한 액션으로 깡패들을 때려눕히는 장면이나, 임지연 배우 본인의 전작 <더 글로리>의 명대사를 능청스럽게 따라 하는 장면이 더해지며 시너지를 낸다.
이러한 뜬금없는 패러디의 활용은 캐릭터의 입으로 "망사"를 외치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듯, 아무리 무거운 비극이라도 입맛에 맞게 조각내고 '드립'을 섞어 재미있는 놀거리로 바꾸어 소비한다. 제작진은 네티즌들이 드라마를 해체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이 방식을 대본 기획 단계부터 그대로 차용했다. 자칫 감정이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 멜로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밈을 던져 예능처럼 즐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그렇게 보면 <멋진 신세계>는 단순한 로맨스물을 넘어, 오늘날 대중문화 콘텐츠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가볍게 휘발되는 시대라지만, 대중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가장 적극적이고 유쾌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중문화·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 잡지와 온라인 매체,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퇴근 후에는 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이자,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남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에세이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