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심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현대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SBS
낯선 현대에 와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나답게' 행동하는 단심은 '주체성 자기'를 잘 드러내는 캐릭터다. 동시에 단심은 자신의 상황이 힘든데도 다른 존재를 따뜻하게 대한다. 힘들게 살아온 서리의 삶을 눈치챈 후에는 "네 꿈을 내가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것이냐"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서리의 할머니를 돕는다(4회). 또 자신을 따르는 길 잃은 강아지에게도 정을 주며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4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답게 행동하면서 동시에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과 측은지심을 잃지 않는 단심이 나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아마도 단심은 이런 '주체성' 때문에 조선시대에 '요녀'로 여겨졌을 것이다. 단심은 노비로 팔려 가고, 궁에서 가장 낮은 궁녀로 일하며 신참례(괴롭힘)를 겪을 때도 기죽지 않고 나답게 버텨낸다. 6회 과거 장면에서 단심은 금주령이 내려진 궁에서 술을 몰래 마시다 대군에게 들키자 "소인 울화증이 심해 술로 약을 삼는 것입니다. 화병으로 죽는 것보다 마시고 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한다.
이렇게 스스로 사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단심은 '희빈'의 자리까지 오른다. 단심의 이런 면들은 조선시대를 지배하던 전통적인 가부장 문화에서의 여성상과는 많이 다르다. 이 때문에 단심은 '요녀'라 불리며, 당시 지배 세력의 권력 다툼에 이용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대의 단심은 이런 주체성 덕분에 주변 인물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인물이 된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기업사냥꾼 세계(허남준)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단심에 빠져든다. 사실 세계가 사람에 대해 불신하는 건 어린 시절 문도(장승조)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문도는 온갖 착한 일을 하면서 어른들에게 칭찬받지만, 세계를 괴롭혀 왔다. 그와 함께 자라는 동안 세계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늘 누군가의 '저의'를 생각하기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에게 단심의 주체적이고 솔직 담백한 모습은 타인과 진심으로 만나고픈 그의 마음을 자극했을 것이다.
다른 인물들도 점차 단심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드라마 초반 단심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손 실장(윤병희)과 광남(김민석)을 비롯한 고시원 사람들은 단심의 독특한 언행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존중은 타인의 존중까지 끌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떻게 얻어낸 목숨인데 내 다시 함 잘 살아 보리라."
단심은 '멋진 신세계'에 와서는 종종 이렇게 다짐한다. 아마도 단심의 '주체성'을 잘 보여주는 말일 테다. 어느 환경에 있든, 나는 나답게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우리는 해본 적이 있을까?
단심은 현대 사회에서 주체성을 발휘해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지만, 실상 현실의 우리들은 스스로를 주체로 대하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더 신경을 쓰면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개인은 환경에 영향받는 '대상성'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환경에 영향을 주는 '주체성'도 있다. 개인이기에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적어 보이지만,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변화한다. 단심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듯 말이다.
그러므로 '주체성 자기'를 한 번쯤 일깨워보면 어떨까. <멋진 신세계> 속 단심처럼 '주체성'을 발휘할 때 우리 각자의 주관적인 세상은 보다 '멋진 신세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참고문헌 : 이누미야 요시유키 외 <주체성-대상성-자율성 자기 척도의 개발> (한국 심리학회지 : 사회 및 성격, 2007. vol21, no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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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