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티>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가 시작됐고, 2시간 반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영화 상영 중간,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손을 모으고 집중하며 보는 아이의 얼굴을 봤다. 아이는 그만큼 영화에 몰입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팝콘도 어느 순간부터 손에 들지 않았다.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극장을 나오면서 아이가 물었다.
"속편은 언제 나와?"
그레이스 박사가 지구로 돌아갔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로키는 어떻게 됐는지도. 사실 속편은 없다. 원작 소설도 그 이후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그런 질문을 한다는 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세계 안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속편 걱정보다 그 사실이 더 좋았다.
아이를 설득하던 날들이 떠올랐다. 관심 없다고 하던 얼굴. 외계인이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던 아이. 그리고 로키를 처음 보고 귀엽다고 했던 그 순간. 2시간 반 내내 자리를 지킨 아이의 작은 어깨. 영화가 끝나도 일어나지 못하던 눈빛. 그리고 속편을 묻던 목소리. 그 모든 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에겐 그 전부가 하나의 여행이었다. 아이에게는 그냥 한 편의 영화였겠지만. 아이를 재운 밤, 노트북을 열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로키를 검색했다. 여러 피규어들이 나왔다. 그 중 하나를 골라 주문을 눌렀다. 배송은 며칠 뒤였다. 택배가 도착하는 날, 아이가 포장을 뜯는 순간을 상상했다. 아마 소리를 지를 것이다. 아마 곧장 책상 위 어딘가에 올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피규어를 볼 때마다 이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아빠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을 덮었다. 원작 소설 읽는 내내 궁금해 하다가 막상 영화는 안 본다던 아이. 그리고 로키를 처음 보고 귀엽다고 했던 그 한마디. 어른은 이야기로 설득하려 하고, 아이는 눈으로 마음을 바꾼다. 나는 몇 주를 설득했고, 로키는 한 번의 등장으로 아이를 설득해냈다. 그게 좀 억울하면서도, 사실 제일 맞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이는 로키를 오래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억할 것이다. 외계인이 무섭다던 아이가, 처음으로 외계인을 보고 귀엽다고 웃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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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화와 시리즈 속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단순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삶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바라봅니다.
브런치에 영화 감성 리뷰와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며,
영화 속 감정을 담은 첫 에세이집 《그럴 때, 나는 그를 떠올렸다》를 출간했습니다.
레빗구미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남긴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오래 기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