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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성범죄자 된 후 엄마가 깨달은 것

[안지훈의 연극 읽기] 연극 <그의 어머니>

26.05.15 17:40최종업데이트26.05.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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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관람한 연극 <그의 어머니>는 '매튜'라는 이름의 소년이 하룻밤 사이 여성 세 명을 강간한 이후 그의 가정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닌 가해자의 이야기, 더 정확히는 그동안 여러 장르에서 잘 다뤄오지 않았던 가해자 가정의 이야기다. 또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라 범죄 이후의 드라마다.

이 연극의 중심에는 '그', 매튜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 브렌다가 있다. 자신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성 범죄자가 되었지만, 서로의 대화는 단절되었기에 브렌다는 여전히 사건의 진상을 모른다. 매튜의 범행으로 혼란을 겪는 브렌다에게는 보살펴야 할 아들이 한 명 더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 제이슨은 그 어느 때보다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브렌다는 남편 스티븐과는 모종의 사유로 결별해 두 아들을 온전히 홀로 책임져야 한다.

브렌다가 신경 써야 할 건 한둘이 아니다. 브렌다는 건축가로서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도 해내야 한다. 아들 매튜의 범행 이후 집 근처를 둘러싼 언론과 구경꾼들의 플래시 세례도 브렌다의 신경을 자극한다. 매튜의 범행으로 인해 무너진 것은 피해자의 가정뿐 아니라 매튜의 어머니, 그리고 매튜의 가정이기도 하다.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 사진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 사진국립극단

좋은 엄마란 무엇인가

브렌다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성향의 소유자로 보인다. 막내아들 제이슨이 케첩이나 탄산음료 등을 먹지 못하게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신경질을 낸다.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등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을 유지해 왔다. 브렌다는 자신의 가치가 올바른 것이라고, 자신의 양육 방식 역시 올바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브렌다는 자신이 응당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매튜의 재판을 둘러싼 변호사 로버트와의 논의 과정을 주도하려 하는 것도 브렌다가 자기 스스로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브렌다는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기대와 실제 결과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도 있는 법이다. 때로는 가까운 사이에서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지곤 한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자 하는 브렌다는 되레 자기 자신은 통제하지 못하는 면모를 보인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흥분한다. 이런 브렌다에게 친구이자 변호사 로버트는 일침을 가한다. "네 아들의 성범죄로 인해 벌어진 모든 일을 통제할 순 없다"고 현실을 일깨운다. 이런 장치는 후반부에 이르러 다시 한번 변주되는데, 이때는 보다 직접적으로 아들 제이슨이 일침을 가한다.

"엄마가 나쁜 엄마여서 형이 감옥 가는 거야."

스스로 '좋은 엄마'라고 믿었을 브렌다는 무너진다. 가중되는 혼란에 괴로워하던 브렌다는 완전히 파괴된다. 하지만 철학자 니체가 지적했듯이 어떤 파괴는 새로운 가능성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옳다고 믿었던 브렌다는 자신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때부터 브렌다는 꽉 쥐고 있던 것을 하나씩 놓아준다.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 사진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 사진국립극단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가해자의 서사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브렌다가 어머니가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혼란 속에서 무너지고 성장하는 브렌다를 연기하는 배우는 진서연이다. 지난해 배우 김선영이 같은 역을 맡아 연극을 흥행으로 이끈 바 있는데, 제작을 맡은 국립극단은 1년 만에 주인공을 교체해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이는 과감한 도전을 감행했다. 진서연이 그려내는 브렌다는 더 날카로우면서도 그만큼 더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의 어머니>는 브렌다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좋은 어머니로 성장하는 드라마일 뿐 아니라, 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있던 매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연극에서 매튜는 내내 자신의 범행을 외면하고, 갈피를 잡지 못해 두려움에 떤다.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지 못한 채 책임지지 않는 것이 미성년이라면, 성인은 응당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그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매튜는 점차 성인의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가해자의 서사를 드러낼 경우, 자칫하면 범죄를 미화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윤리적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의 어머니>에서는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가해자 가정이 혼란을 겪는 와중에도 매튜가 '가해자'임을 명확히 했고, 매튜뿐 아니라 브렌다의 미성숙함을 드러내며 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 연극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다. 브렌다의 집을 둘러싸고 가해자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 군중은 평범한 사람들의 집합체다. 가족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플래시 세례를 터뜨리는 언론은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을 상업적으로 대변한다.

류주연 연출가는 프로그램북 내 '연출의 글'을 통해 "범죄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의 결백과 정의로움을 증명하려는 세태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여론이 그러한 세태를 더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더 역겹다"고 밝히며 연출의 방향을 설명했다.

한편 <그의 어머니>는 5월 17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진서연을 필두로 최자운, 최호재, 홍선우, 김서아, 정환이 출연한다.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 사진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 사진국립극단
공연 연극 그의어머니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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