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포스터
전주국제영화제
읽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살아남기를
어떤 서점주는 책을 파는 대신 책 대여를 좋아한다. 많은 이들이 같은 책을 읽고 이해와 감상을 나누니, 그대로 서점은 관계와 지적 고양의 매개로 자리한다. 여러 서점 가운데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아이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아내가 2층에서 학원을 하고 남편은 1층에서 서점을 운영하는데, 반드시 서점을 통해야 학원에 드나들 수 있게 한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의도가 적중한 걸까.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거나 그 내용을 나누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아이들이 미래라는 서점의 철학이 서점 자주 찾는 내 눈엔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서점들은, 특히 독립서점이라 불리는 아이들을 멀리 두고 가까이하지 않는 광경이 떠오른다. 영화 속 왁자지껄한 아이들을 미래라기보다는 서점의 평온을 해치는 존재로 여기는 편하고 흔한 인식 때문이 아닌지. 지금껏 전국 독립서점 200여 곳쯤 족히 다녀온 입장에서 대만보다도 '독립'성을 더 강하게 표방하는 한국 작은 서점들의 개성의 폭이 훨씬 좁고 겹친단 사실이 아쉽게 다가온다. 독서문화가 더 다채롭고 깊이 자리할 때 매력 넘치는 서점주가 길러지고, 서점 또한 자리하는 것이 아닐지. 그런 생각들이 뒤따른다.
영화가 소개한 서로 다른 여러 서점 가운데 눈에 띄는 문제는 역시 돈이겠다. 대형서점도, 온라인 서점도 아닌 작은 공간에서 주인장이 직접 꾸려가는 이들 서점에선 책으로 충분한 벌이를 해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여러 모임과 행사를 열지만, 그래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확고한 성향의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장치, 소위 힙해보이는 분위기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서점이 흥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지에 급급하고 확장은 꿈도 꿀 수 없는 이들 서점의 운명이 꼭 시의 정취와 빗대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읽는 이가 사라져도 끝끝내 자리를 지키는 시문학과 같이, 이들 서점 또한 오래도록 살아남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 단순한 촬영과 인터뷰, 편집을 뚫고 은은하게 드러난다. 인구는 한국의 절반이지만 독서량과 책 판매량, 서점 수와 질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대만의 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문화가 아직 굳건히 자리한 그들의 상황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활자매체로 이어지고 통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와 같은 광경으로부터 흐뭇하게 미소 짓게 되는 건 내 선 자리에선 그와 같은 광경을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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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