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가박스중앙㈜>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영화 속에서 부모의 불륜이나 어른의 악행이 중심 사건으로 등장한다. 어른의 실수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연출인가.
"한 지붕 아래 살지만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세 사람을 그렸다. 이 가족은 안이 아닌 밖에서 구원을 받으려 든다. 아빠(릴리 프랭키)는 암을 치료할 무언가를 바라고, 엄마(이시다 히카리)는 자기 마음을 알아줄 상대를 찾으며, 후키는 괴로운 마음을 치료할 사람을 원한다.
아이는 부모가 완벽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어느새 현실을 깨닫게 된다. 그때 아이가 어른에게 한 발 더 다가서가 된다. 후키는 엄마가 젊은 남자를 보며 가슴 설레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인간의 추함, 나약함까지도 냉정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아빠 병문안을 온 회사 직원이 험담하는 것을 다 듣고 나면 아빠의 존재도 작게 느껴질 것이다. 가슴은 아프지만 부모도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는 찰나를 그려보려고 했다."
-<플랜 75>의 필리핀 이주 노동자처럼 <르누아르>에도 혼혈 영어 선생님이 등장한다. 선생님이 후키를 조용히 포옹할 때 후키의 손동작이 인상적이다.
"영어 선생님은 일본과 미국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아버지 장례식 얘기에 포옹해 주는 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미국인의 기질이다. 일본인은 남과 포옹을 잘 안 하는 편이라 후키 입장에서는 놀라움이 앞선다. 처음으로 나 대신 슬퍼해 주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안아주는 행위가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편안해지는 순간이다. 어쩌지 못해서 주저하다가도 '이렇게 하면 되나' 싶어 선생님의 포옹에 손을 포갠다.
영어 교실은 외국어를 배우며 다른 사람을 만나고 국가를 초월해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준다. 그 입구를 열어준 사람이 선생님이고 처음으로 타인과 공감하는 순간이자 터닝 포인트다. 오프닝에도 담겨 있듯이 후키는 슬픈 장면이나 고통스러운 장면을 볼 때도 울지 않는다. 초반에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아이였지만 선생님을 통해 변한다. 집, 학교의 좁은 세상에서 나아가 바닷가에서 서핑도 배운다. 사실 선생님과 포옹 후 선생님이 'How do you feel?'이라고 묻고, 후키가 'I feel so good'이라고 답하는 장면을 편집한 게 지금은 조금 후회된다.(웃음)"
-후키가 우는 아이를 담은 비디오를 시청하는 장면과 이웃 쿠리코(카와이 유미)의 남편 죽음과 묘한 연관성을 보인다.
"쿠리코는 우연히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남편의 성적 취향을 알게 된다. 테이프를 봤다고 고백했고 이후 남편이 죽었다. 남편이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수도 있지만, 열쇠를 두고 와서 베란다로 들어오려다가 사고사를 당했을 수 있다. 하지만 쿠리코는 남편 죽음에 자신이 일조했다는 죄책감이 크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후키의 최면술을 빌어 털어놓게 된다. 아이의 단순한 질문이 기폭제가 되어 어쩌면 쿠리코가 최면에 빠져들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어른이 되면 생각도 많아지고 복잡해지다 보니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또 주변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많은데 아이의 태도로 오히려 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후키는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나이지만 바쁜 엄마, 아픈 아빠 사이에서 방치되는 듯 보인다. 폰팅으로 만난 대학생과 직접 만나면서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후키가 부모로부터 방임되는 건 아니고 학대는 더욱 아니다. 80년 대 후반의 일본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 후키는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존재에게 끌림을 느꼈던 거다. 게다가 이성이 관심도 주니 기쁘면서도 두려운, 알 수 없는 위험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청년의 집에까지 따라갔지만 갑자기 내쫓아 버리니, 상처를 입게 된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커진다."
-후키의 여름 방학은 참 잔인했다. 아버지의 암 투병과 죽음 후 어떤 것을 배웠고 앞으로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
"무력한 아버지였지만 후키는 가장 가까운 조력자로서 활약했다. 어른의 세계와 죽음까지도 모두 받아들이게 된다. 타인과 공감 능력이 부족했지만 여름 방학 동안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고 타인을 이해할 방법도 배웠으니, 괜찮은 어른이 되어 갈 것 같다. 안심해도 되겠다.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일본 영화계의 10년은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차기작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일본은 한국 영화계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고, 그 결과로 성장한 건 분명하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필두로 40대 감독이 지난 10년 동안 활약해 왔다. 그 행보를 본 젊은 감독들이 흥미로운 작품을 발표한 게 지금의 현상으로 보이는 듯하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르누아르>와 일맥상통하는 주제가 될 것 같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지가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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