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0 사북> 스틸컷
엣나인필름
비단 감독과 제작진이 공들인 6년 시간이 담아낸 취재와 노력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PD 수첩>이 개봉 후 내용을 보충하고 또 요약한 <1980 사북>은 대한민국 국가폭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줄 수 있는 예술적 비전과 공동체적 체험의 최전선이라 할 만하다.
우선 당사자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로 사북 사건의 총체성을 담보한다. 사건 당시 투쟁의 최전선에 위치하며 고초를 겪었던 이원갑 사북항쟁동지회 전 회장을 비롯해 생존한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절제해 엮어낸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사북 사태'로 프레임화 됐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자 하는 노력 어린 그 시선 자체를 평가할 만하다.
어떤 당사자성이 피해자로서의 성격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왜 또 힘든 기억을 떠올리게 하느냐"라며 억울함과 피해를 호소하는 어용노조 지부장의 아들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1980 사북>은 투쟁 가운데 일부 과격했던 행위들의 잘잘못을 짚는 동시에 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객관화하는데 물러섬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광부들이 던진 돌을 맞고 큰 부상을 입었던 경찰이 당시 자신의 목숨을 살렸던 이 또한 광부로 기억한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장면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와 반대로, <1980 사북>에 없는 목소리는 자명하다. 광부들과 가족을 극심하게 고문하며 공동체 전체를 무너뜨린 '사북 합동수사단'에 참여한 이들과 전두환 신군부 내 지시자들 말이다.
<1980 사북>의 시선은 과거 사건 조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군부의 그 광폭한 기획이 투쟁에 가담했거나 단순 동조한 광부들과 가족들의 삶을, 그 아들딸들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또 살아남은 이들의 40년 넘는 세월을 어떻게 망쳤는지를 강단 있게 묘파한다. 그리하여 왜 지금 현재 사북이란 국가폭력이자 비극적 역사를 재조명해야 하는지를 설득해내고야 마는 것이다.
"명백한 고문, 폭행, 인권 유린이 있었죠. 이것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폭력에 대해서는 국가과 사과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권이 유한하다고 하더라도 사실 국가는 영속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거의 국가 폭력에 대해서는 지금 정부라도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선희 국회의원, 'PD 수첩')
두 국회의원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PD 수첩>은 영화 개봉 이후 다 담아내지 못한 현재적 주장과 설명을 더해 그 의미를 더했다. 사북 사건을 직접 판결했던 임원배 변호사(전 계엄보통군법회의 군판사)의 국가를 대신한 사과도 그 중 하나였다. <PD 수첩> '1980 사북'은 그렇게 박봉남 감독과 영화가 진심으로 조명한 그 비극적 현대사의 진실을 지상파로 타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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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