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랑 법률사무소 스틸컷
SBS
AI 시대 우리가 찾게 될 전문가
개인적으로도 몇 년 전 자살 산재 사건을 처리하며 '빙의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또래의 전문직 남성의 산재 사건이었다. 수개월간 유족들을 설득하여 고인의 핸드폰을 건네 받았다.
이렇게 사적이고도 내밀한 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제3자인 대리인이 함부로 알아도 되는 건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인이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인 것 같아서 온 신경이 곤두섰고, 불길한 예감대로 나는 그 사건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아팠다.
해당 사건은 사내 자체 조사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끝내 인정받지 못했지만, 고인과 고인을 둘러싼 가학적 업무환경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던 나는 다른 주요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들을 충분히 증명해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산재 인정 소식을 전하며 공단 담당 직원이 "그런데 혹시 노무사님이 고인의 친구분이셨냐?"고 물었는데, 그때의 보람을 잊지 못한다. 생전 친구는 아니었어도, 사후에 가장 친한 친구처럼 그의 못 다한 이야기를 빠짐없이 듣고 온전히 그를 대변하는 것이 대리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법률가를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전문가로 묘사하기보다, 억울하게 죽은 망자의 '감정을 겪어내는 사람'으로 그린다. 그래서 변호사 신이랑은 자주 다치고 깨진다. 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AI를 통해 전문지식에 그 어느 때보다 손쉽게 가닿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찾게 될 전문가는 결국 신이랑 같은 인물일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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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노동자의 산재와 해고 사건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매일노동뉴스'에 드라마와 영화를 노동의 관점에서 리뷰한 [조영훈의 미디어×노동]을 연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