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OGFC VS 수원삼성 레전드 매치가 끝난 뒤 OGFC 박지성이 관중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6.4.19
연합뉴스
세월은 흘렀지만 레전드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진심이었다.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K리그 명문 수원 삼성을 대표하는 축구 레전드들이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선수로 나서면서 축구팬들에게 그 시절을 회상시키는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했다
축구 콘텐츠·이벤트 제작사 '슛포러브' 주최로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레전드 매치에서, 수원 레전드팀은 맨유 레전드로 구성된 OGFC와 접전 끝에 전반 7분 터진 산토스의 결승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OGFC는 'Original(근본, 원조)'의 약자로, 박지성을 비롯하여 파트리스 에브라,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라이언 긱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안토니오 발렌시아, 에드윈 판데르사르, 하파엘-파비우 형제 등 필두로 맨유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스타들이 주축을 이뤘다. 사령탑 역시 맨유의 전설인 에릭 칸토나가 맡았고, 마이크 펠란 수석코치가 보좌했다. OGFC는 선수들이 현역 시절 맨유에서 기록했던 커리어 하이 승률 '73%' 돌파를 목표로 내세웠다.
수원 삼성 역시 서정원 감독을 비롯해 이운재 현 베트남 축구대표팀 골키퍼 코치와 염기훈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 김두현, 이관우, 조원희, 고종수, 데니스, 산토스, 마토 등 K리그를 호령했던 추억의 스타들이 함께했다. 이날 빅버드에는 수원의 홈구장답게 서포터즈를 비롯하여 3만8000여 명의 팬들이 운집하며 뜨거운 응원 열기를 뿜어냈다.
친선 이벤트 대회이고 대부분 40대, 50대의 은퇴 선수들이었지만, 양 팀의 승부는 현역 시절의 실전을 방불케할만큼 불꽃 튀었다. 슬라이딩 태클과 거친 몸싸움, 옐로카드, 판정에 대한 항의가 나왔고, 선수들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아무래도 현역 시절에 비하여 스피드나 체력, 운동능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수들의 순간순간 번뜩이는 드리블이나 킥, 패스, 볼트래핑 등은 녹슬지 않은 클래스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역시 경기 막판 박지성의 등장이었다. 박지성은 원래 고질적인 무릎 부상 후유증 때문에 OGFC에서는 코치로만 활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함께 뛰고싶다'는 절친 파트리스 에브라의 간곡한 권유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고심 끝에 선수 복귀를 결정했다. 박지성이 무릎 회복을 위하여 해외에서 줄기세포 시술까지 받는 모습이 슛포러브를 통하여 방송되기도 했다.
박지성이 선수로 출전한 것은 지난해 2025년 9월 '아이콘매치' 이후 약 7개월 만이었다. 후반 38분 네마냐 비디치를 대신해 교체투입되어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밟자 관중석에서는 가장 큰 환호가 쏟아졌다. 박지성의 유럽 시절 응원가인 '위송빠레'가 수원 빅버드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박지성은 투입 직후 곧바로 측면 돌파와 크로스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뛴 시간은 불과 10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팬들에게는 오랜만에 밤잠을 설쳐가며 박지성의 맨유 경기를 기다리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며 애틋한 감동을 선사했다.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OGFC VS 수원삼성 레전드 매치에서 OGFC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비우, 대런 깁슨, 존 오셔, 미카엘 실베스트르. 2026.4.19
연합뉴스
하지만 몇몇 아쉬운 장면들도 있었다. 물론 승부를 진지하게 하는 것은 좋았지만, 점점 경기가 과열되면서 도를 지나친 플레이까지 나오면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 사이에서는 그대로 은퇴 선수들이고 친선 매치인데 몇몇 선수들이 지나치게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수원 송종국은 OGFC 하파엘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가 격앙되어 상대를 밀쳐낸 후 옐로카드를 받자 혼잣말로 욕설을 내뱉었다. 또한 이병근은 경기 막판 박지성의 다리를 향해 깊은 백태클을 시도하여 하마터면 큰 부상을 입힐 뻔했다. 다행히 박지성은 부상없이 일어났고, 경기 후에는 "병근이 형이 나를 다치게 하려고 하는 의도는 없었다.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 전혀 문제될 건 없었다"며 오히려 이병근을 감쌌다.
한편으로 온라인에서 쏟아진 일부 무분별한 악플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온라인 중계 채팅창이나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누리꾼들이 OGFC를 응원하는 해외축구 팬덤과 K리그 팬덤으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원이 예상을 깨고 OGFC를 상대로 승리하자, 일부 누리꾼들은 수원의 거친 플레이나 홈팬들의 야유를 문제삼으며 '경기를 재미없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매치의 취지는 양 팀 선수들 모두 진심으로 맞붙은 경기였다는 것이다. 일반 이벤트 매치처럼 서로 설렁설렁 했다면 경기의 진정성은 그만큼 반감되었을 것이다. 수원의 몇몇 거친 플레이가 좀 더 부각되었을 뿐, OGFC 역시 적극적인 몸싸움과 태클을 시도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하파엘은 결정적인 슛찬스를 놓친 뒤 땅을 강하게 내리치며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원은 엄연히 홈팀이었고, OGFC를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섭외된 '들러리'가 아니었다. 수원 레전드팀 입장에서는 홈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앞에서 프로 정신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은 당연하다. 수원 레전드들은 그만큼 이번 경기를 OGFC 이상으로 진지하게 준비했고 그에 걸맞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기에 박수받아 마땅하다.
정작 OGFC 선수들 역시 경기 결과와 별개로 수원 레전드팀의 경기력과, 수원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높이 평가했다. OGFC의 주장 리오 퍼디난드는 경기 종료 인터뷰에서 "수원이 준비를 잘했고, 기량도 좋았다. 상대가 득점을 통해 합당한 결과를 만들었다"면서 "수원의 응원이 대단했다. 음향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대단했다. 비디치와 함께 보면서 감탄했다.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기분이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첫 경기는 패했지만, OGFC는 향후 전세계를 돌면서 이벤트 매치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수원전에서는 개인 일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새로운 선수들도 추가로 섭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결과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이벤트를 통하여 축구를 사랑하는 레전드들의 열정과 팬들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줬다는 감동이 아닐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한 축구, 맨유-수원 레전드들이 보여준 '진심'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