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대형 계약 이후 극과 극을 달리는 스타 선수들의 성적으로 인하여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 13일 간판타자 노시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전격 말소했다. 노시환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타율 .145(55타수 8안타) 3타점 출루율 0.230, 장타율 .164, OPS .394에 그치고 있다. 올시즌 시범경기부터 포함해도 아직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고 OPS는 규정타자석을 채운 타자 중 최하위다.
타격 부진이 계속되면서도 수비에서도 흔들렸다. 노시환은 지난 10일 KIA전에서 실책 2개를 범하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1일과 12일 경기에서 노시환의 타순을 4번에서 6번으로 조정하며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으나 여전히 무안타에 그치며 반등에 실패했다. 한화는 지난 10~12일 기아 타이거즈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줬고, 노시환은 이 기간 1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노시환은 장종훈-김태균의 계보를 잇는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이타 간판 거포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해 2020년부터 한화의 중심 타자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3년에는 31홈런 101타점으로 홈런왕을 차지했고, 2024년 28홈런 89타점, 2025년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 잡았다.
2026시즌 종료 뒤 생애 첫 FA 자격 취득을 앞뒀던 노시환은, 지난 2월 한화와 전격적인 11년 총액 307억 원 규모의 '초대형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며 '한화맨'으로 남는 길을 선택했다. KBO리그 최초의 300억 원대 계약이자, FA와 비FA를 모두 포함한 KBO역대 최장기-최대규모 계약이었다. 2026시즌 노시환은 연봉으로만 10억 원을 받았고 이 역시 KBO리그 8년 차 역대 최고금액이다. 또한 2026시즌 종료 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벌써 통산 124홈런을 기록한 노시환의 잠재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KBO리그의 시장규모나 선수의 실제 기량에 비하여 '오버페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노시환은 대형계약을 체결하자마자 첫 시즌, 그것도 개막 13경기 만에 예상을 훨씬 벗어난 극도의 슬럼프에 빠지면서 본인도 구단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300억의 사나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그에 반비례하는 실망스러운 활약상과 맞물려 비판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노시환의 부진은 시즌 개막 전 국가대표팀에서부터 이미 감지됐다. 노시환은 올해초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었지만 극심한 부진으로 인하여 문보경(LG트윈스), 안현민(KT위즈) 등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려 대부분의 경기를 벤치에서 보내다가 돌아와야 했다.
좋지 않은 타격감은 KBO리그 복귀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이른바 주전 선수가 잠시 부진해도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야구'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 중반에도 노시환이 타율이 한때 2할대 초반까지 추락하며 장기간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시기가 있었지만, 김 감독은 "타율보다 팀이 필요할 때 쳐주는 타자가 더 중요하다"고 노시환을 옹호하며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한 바 있다.
김 감독의 믿음처럼 노시환은 후반기 57경기에 16홈런을 터뜨리며 부활했다. 생애 최초로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했으며 수비이닝은 1262.1이닝으로 리그 최다였다. 그랬던 김 감독조차 이번에는 고집을 꺾고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만큼 현재 노시환의 폼이 극도로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팀의 간판 4번타자가 특별한 부상도 아닌데 2군으로 내려갔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장기계약 이후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올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00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하며 KT에서 한화로 이적한 강백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타율 3할 4리(56타수 17안타)에 4홈런 17타점 OPS .942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특히 타점은 팀동료 문현빈(13타점)을 제치고 현재 리그 전체 1위이며, 득점권 타율이 무려 .438로 찬스에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백호는 KT에서 데뷔한 2018년 29홈런을 날리며 신인왕에 오르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애매한 주포지션과 타격 기복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지적을 받았고 개인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8년간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점은 2021년 기록한 102개(당시 2위)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강백호의 현재 페이스라면 생애 첫 타점왕과 커리어하이 시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화는 부동의 4번타자였던 노시환이 올시즌 심각한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도 팀타율(.279)과 홈런(13개) 3위, 타점(81개) 2위를 기록하며 타선은 충분히 제몫을 다해주고 있다. 이는 강백호의 존재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한화로서는 만일 올시즌 강백호를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더욱 아찔한 상황에 직면할 뻔했다. 올해 초 강백호의 100억 계약을 둘러싸고 오버페이를 우려하던 반응은 어느새 사라졌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FA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하여 연이은 대형계약을 체결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 비하면 성과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2025시즌 FA로 영입한 투수 엄상백과 유격수 심우준의 동반 부진이 대표적이다. 엄상백은 올해도 슬럼프와 부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노시환도 하필 대형계약을 체결하자마자 깊은 부진에 빠지며 한화 팬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강백호나 채은성, 류현진처럼 투자에 걸맞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더 많다. 심우준도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올시즌에는 타율 .324를 기록하며 부활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노시환만 이제 평년 수준으로 부활해준다고 해도, 한화는 지금보다 더욱 위협적인 타선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노시환이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에서도 부동의 3루수로서 한화 내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2군 재정비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연 한화 타선이 노시환이 없는 상황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노시환이 얼마나 타격감을 빠르게 회복하고 돌아올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한화는 6승 7패로 공동 5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딛고 올해 대권에 도전하려는 우승후보라기에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초반 행보다. 노시환이 빠진 한화는 14~16일 삼성라이온즈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3연패 탈출과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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