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4월 11일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이렇다. 블랙의상을 입고 등장해서 새 앨범의 수록곡을 주로 공연하는 도입부, 조금은 편하고 개성있는 복장으로 환복하고 나와 기존의 명곡들과 일부 신곡을 이어가는 두 번째 파트, 앨범에도 음원 사이트에도 실리지 않아 오직 디럭스 바이닐(LP)로 찾아 들어야만 하는 신곡을 필두로 다시 등장해 기존의 명곡들을 함께 부르고 마무리하는 마지막 파트다.
마지막 파트에서 멤버들도 어떤 노래가 나올지 모르는, 과거의 명곡 중 하나가 틀어져 나오면 가수와 팬들이 함께 부르는 코너가 있다. 첫 콘서트를 보러 갔을 때는 '이게 뭐지?' 싶었다. 공연이란 모든 타이밍, 모든 멤버의 멘트까지도 대략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정말 이렇게 랜덤으로 노래가 나온다고?
그런데 2일차, 3일차 같은 포맷의 공연이 진행되자 알게 됐다. 이런 파트가 있어야 1년 내내 이어질 투어에서 매번 아미와 새롭게 만들어갈 부분이 생기는구나 싶어졌다. 오래 이어져 갈 콘서트가 계속 변화하고 신선할 수 있도록 열어둔 구멍 같이 느껴졌다.
아마 앞으로의 다른 공연에 갈 아미들은 지금부터 옛 수록곡들을 다시 듣기 시작할 것이다. 어떤 노래가 나와도 더 큰 소리로 응원해 주고 싶어서. 그리고 멤버들도 투어를 거듭하면서 계속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나 공연 마지막쯤 되면 이 랜덤 플레이를 매우 잘해내게 될 것이다. 콘서트 연출자들은 멤버들도 팬들도 생각지도 못한, 그래서 모두들 허를 찔려 멋쩍은 웃음을 지을 만한 곡을 고르려고 고심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콘서트 엔딩멘트에서 리더 RM은 "저희가 변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았다"며 "7명이 이 일을 같이 서로 하기로 했다는 것, 저희가 여러분을 생각하는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 한번만 믿어주세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그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변화가 있다.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했다고,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변하지 않았다고 한들 말이 나오지 않을까. 말 많은 이들의 수많은 말들은 그냥 사라지게 두면 된다. 팬이라면 결국 손가락질하며 말을 보태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 믿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수-목, 월-화, 토-일, 금-토 같은 식으로 공연장을 옮겨다니며 연속 이틀씩 1년 내내 진행될 콘서트는 멤버들에게 체력적으로 매우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공연은 이틀이지만 새로 찾은 공연장의 세팅에 맞춰 리허설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들은 더 오래 공연 준비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팬들이 더 많이 뛰어놀면서 아티스트에게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
1년이 넘게 이어질 투어 대장정의 첫 시작을 멋들어지게 해내고 싶었을 멤버들에게 첫날의 악천후는 너무 아쉬웠을 것이다. 새하얀 캔버스를 앞에 두고 하나하나 모양을 찍어가며 크고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해 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진흙이 묻은 발자국을 툭 찍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라면 비슷할까.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몇 년 후에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마지막 조각을 찍을 때 쯤이면 그 흙발자국은 어디에 찍혔었는지도 모르게 멋진 그림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 첫 걸음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다. 아무쪼록 이번 투어가 방탄의 2.0을 팬들과 진하게 함께하는 교감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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