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영화제포스터
미분류영화제
너, 이래도 편식할 수 있어?
너 때문에 핵전쟁이 난다고. 왜냐하면 지구 반대편엔 브로콜리조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너는 편식을 해 어마어마한 음식물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서로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와 그를 극단적으로 뒷받침하는 영상들이 마구 섞여 도약하고 비약한다. 아이는 마침내 납득한다.
조곤조곤 말하는 어머니의 잔소리도, 폭언이라 해도 좋을 언어를 섞어가며 온갖 거창한 이유를 들이대는 괴물의 압박도, 아이에겐 모두 다 폭력이며 억압이고 강박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영화 속 괴물과 아이의 대면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가려내는 건 무용한 일이다.
분명한 건 누구에게나 제 내면에 깔린 압력이 있으리란 것. 어머니든 세상이든 아무렇지 않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강박이고 억압이 되어 도덕적이며 윤리적 기준점으로 무의식에 작용하고 있을 수가 있겠다. <브로콜리 괴물>은 그 극단적 형상화로, 그와 같은 힘이 그저 아이시절에만 머무르지 않는단 사실을 내보인다.
제1회 미분류영화제가 <브로콜리 괴물>을 첫 섹션에 선보인 이유는 분명하다. 영화는 세상 어떤 기준에서도 온전히 포획되고 구분되지 않는 독특함을 가졌다. 누군가는 미완이라고, 완성도가 떨어지고 덜 다듬어졌다고, 주제의식과 표현방식이 적절히 조응하지 않는다고, 아예 하고픈 말이 모호하다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반대편에 서서 보자면 영화는 저만의 방식으로 제가 하고픈 이야기를 어찌됐든 해내려 든다. 고작 편식으로, 그 작은 이야기가 결코 작지 않다면서. 나는 그런 태도가 작가에게 필요하다 여긴다.
편식하지 말자. 그건 몸에 해롭다. 식탁 위 음식 얘기만이 아니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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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