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스틸컷
미분류영화제
아버지의 불륜 상대
둘의 관계는 영화가 지속되며 자연스레 드러난다. 나이 많은 순희는 제 집을 찾은 혜진의 아버지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모양이다. 제 엄마를 두고 바람을 피운 아버지는 병으로 죽었고, 남은 딸이 역시 남겨진 여자를 찾은 것이다. 여자의 집에서 동거했던 듯, 아버지의 흔적들이 그곳에 자리한다. 영화는 두 여자의 대화, 눈빛과 표정과 몸짓의 오고 감을 통해 이들의 어제와 오늘, 감정 따위를 전한다.
바람을 피운 상대는 제가 사랑했던 이의 딸이 받았을 상처를 이해한다. 거기에 제 탓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보낸 행복했던 시간들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긍정하고 마땅한 방식으로 풀어내려 할 뿐이다. 구태여 고통을 더하지 않고 행복을 덜지 않으면서.
반감 가득한 혜진이 구태여 순희의 집을 찾은 이유가 드러나며 짤막한 영화는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춘다. 이들 모두에게 영영 잊지 못할 한순간을 관객이 곁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다. 이게 어째서 '분류되지 않은' 것에 드는 건지는 끝내 알 수 없으나 영화제가 나름의 고민을 거쳐 넣은 것인 만큼 영화를 보며, 또 보고 나서 생각해 보는 과정이 아주 의미가 없진 않을 테다.
▲미분류영화제포스터
미분류영화제
오로지 두 배우를 보이기 위해
<깃털>은 영화의 투박한 상징으로, 단순하고 분명하게 전진하는 이 영화의 결정적 순간을 마련한다. 만나고 교류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로부터 관객이 받게 될 감상이란 이 상징이 기능하는 바에 달렸다 해도 좋겠다.
감독은 영화에 붙인 연출 의도로부터 "관계 속 죄책과 애도의 감정을 섬세하게 응시한 작품"이라며 "나를 배신한 가족이 선택한 사람이 나를 살린 사람일 때 용서해야 하는가, 여전히 증오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분법적 태도로만 살아질 수 없는 우리 삶의 결정들에 대해 관객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었다"고 전한다.
이어 "사랑은 늘 깔끔하지 않고, 선의는 종종 가장 불편한 얼굴로 나타나서 증오를 어디에다 폭발시켜야 할지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면서 "세상은 도덕의 좌표계가 고장 나버린 아이러니한 순간들의 연속이고 우리는 이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철학을 전한다.
탁월하진 않더라도 노력이 엿보이는 배우들의 연기가 서사며 연출보다 눈이 가는 작품이다. 깃털같이 가벼운 것이 얼마든지 누구의 마음에 무겁게 가서 박힐 수 있다. 이 영화와 영화제가 바라는 것 또한 그와 같은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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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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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고 불륜녀를 찾았다... 이 딸의 속 쓰린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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