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한 이미지의 배우 박영규는 <순풍 산부인과>를 통해 코믹한 밉상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SBS 화면 캡처
아직 케이블TV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종편이나 OTT 같은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1990년대까지 지상파 방송국의 영향력은 대단히 컸다. 그리고 매일 밤 9시는 당연히 '엄마가 좋아하는 일일 드라마가 끝나고 아빠가 뉴스 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순풍 산부인과>는 9시 뉴스가 한창 방송되는 9시25분에 '무모한 편성'을 했음에도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방송가에 '시트콤 열풍'을 주도했다.
<순풍 산부인과>는 20세기말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을 배경으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오지명 원장의 집안과 그 주변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룬 시트콤이다. 특히 처갓집에 더부살이를 하는 민폐 사위 박영규를 통해 IMF 외환위기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고 몰락한 아버지의 모습을 어둡지 않고 코믹하게 그려내면서 경제위기로 고통 받던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위로를 선사했다.
<순풍 산부인과>는 3년 가까이 방영되면서 등장인물의 등장과 퇴장이 상당히 잦았지만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통해 등장인물 교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특히 오원장의 셋째 딸 오소연(김소연 분)이 유학을 이유로 하차한 후에는 미국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둘째 딸이 귀국했다는 설정으로 이태란이 투입됐다. 송간호사(송선미 분)가 하차한 후에는 오혜교(송혜교 분)의 동창 허영란이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순풍 산부인과>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일일 시트콤의 특성상 여러 명의 작가가 함께 각본을 썼다. 그 중 양희승 작가는 <오 나의 귀신님>과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일타 스캔들>의 각본을 썼고 송재정 작가도 <W>,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를 집필한 스타 작가가 됐다. 정진영 작가와 김의찬 작가 역시 <황태자의 첫사랑>, <그저 바라보다가> 등을 공동 집필했다.
폭발적인 사랑 받았던 미달이
젊은 시절 악역 전문으로 이름을 날렸던 오지명 배우는 1993년 대한민국 최초의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과 <오경장>을 거쳐 1998년 <순풍 산부인과>의 오원장 캐릭터로 '시트콤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1996년 MBC의 청소년 드라마 <나>에 출연하며 주목 받기 시작한 허영란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활동이 크게 위축됐지만 <가을동화> 전까지는 송혜교 못지 않게 주목 받던 라이징 스타였다. 허간호사는 귀엽고 발랄하면서 엽기적인 면까지 갖추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로 짝사랑하는 권오중에 대한 집착이 스토커 수준이다. 하지만 후반부 권오중이 아프리카 오지로 촬영을 떠나면서 허영란도 함께 하차했다.
김소연과 이태란, 송혜교, 김래원 등 많은 라이징 스타를 배출했던 <순풍 산부인과>에서 탄생한 최고의 스타는 역시 '미달이' 김성은이었다. 미달이는 <순풍 산부인과>의 마스코트로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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