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운베난트> 공연 사진
HJ컬쳐(주)
드러나는 비밀 속 감정의 혼란
모두에겐 비밀이 있다. 그러나 비밀이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 비밀이 공개되었을 때 당사자가 느끼게 될 당혹감의 정도는 각기 다르다. 당사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비밀도 있는가 하면,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낳는 비밀도 있다. 이런 점을 미루어볼 때, 비밀은 개인적인 것인 동시에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롤란트와 Y에게도 비밀이 있다. Y와 롤란트는 문학을 전공한 사제지간으로, 롤란트는 어느 날 대학에서 열정적으로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와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강의하는 Y를 보고 매료된다. Y의 탁월한 지성에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을 느낀 롤란트는 지적 동경의 대상인 Y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위한 열망에 휩싸인다.
롤란트에게서는 짝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여기서 느껴진 사랑은 육체적인 교감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고자 하는 유형의 사랑이었다. 복합적인 감정의 동요에 롤란트는 혼란스러워한다. 롤란트는 Y의 가르침을 일생의 전환점으로 여기지만,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탓에 Y와의 이야기를 비밀로 감춰왔다.
동성애자 Y는 사회 분위기에 억눌려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춰왔지만, 이로 인한 내면의 혼란은 나날이 극심해진다. 비밀로 인한 내면의 혼란을 관통하는 정서는 외로움이다. Y가 그동안 셰익스피어 연극을 탐구한 이유는 자신과 같은 비밀과 외로움을 공유하는 인물을 연극 속에서 찾기 위함이다. 그런 Y의 감정은 젊고 건강한 롤란트를 만나며 증폭된다.
연극은 원작 소설의 제목처럼 '감정의 혼란'을 묘사하고, 혼란이 가중되는 와중에 비밀을 발화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폭이 큰 덕분인지 2인극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에 전해지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감정의 혼란과 비밀의 발화 사이에 관계 역시 이 연극에서 읽어낼 수 있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다.
▲연극 <운베난트>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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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베난트>를 더 잘 즐기려면
연극 <운베난트>의 부제는 'Y를 향한 마지막 수기'이다. 연극은 Y가 롤란트에게, 롤란트가 제자에게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구술하고 이를 활자화하는 형식적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상징이나 비유를 활용한 문학적 대사가 많다. 이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서정성을 더하고 감정을 부각하는 효과도 있지만, 대사가 추상적인 만큼 관객이 온전히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Y와 롤란트의 대화에는 셰익스피어 연극 속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Y와 롤란트의 처지가 셰익스피어 연극에 투영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운베난트>를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원작을 통해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Y의 아내를 알고 <운베난트>를 관람한다면, 극 중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혼란을 한층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작 소설에서 Y의 아내는 정상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 규범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존재이자, 롤란트의 감정을 자극하는인물이기도 하다.
연극 <운베난트>는 6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35% 할인을 제공하며, 5월 7일부터 10일까지는 세 차례에 걸쳐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극 <운베난트>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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