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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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입된 국제범죄를 겨냥한다
한편 북한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분)은 러시아 범죄조직에 북한이 생산한 마약을 공급하는 총책이기도 하다. 북한과 러시아 국경에서 사라지는 북한 여성들과 관련한 문제에도 그가 개입했단 심증 또한 있다. 그래서일까. 평양에서 막 파견온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분)을 황치성은 제 감시역으로 의심한다. 과연 사실이 그러해서 박건은 남몰래 황치성의 비위를 파악하려 한다. 그러나 이미 매수돼 있는 황치성의 수족들은 박건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협조하지 않는다.
영화는 남한 요원인 조 과장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 아래 있는 북한의 황치성과 박건을 한 자리에 모은다. 그 역할을 하는 건 채선화(신세경 분)다. 박건과 과거 모종의 사연이 있는 듯한 그녀는 현재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식당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실이 그러하듯 해외 외화벌이에 투입되는 북한 여성으로, 영화 속에선 성매매부터 마약 유통까지 담당하는 조국의 일꾼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하는 조 과장, 옛 관계를 잊지 못하여 역시 그녀에게 다가서는 박건, 그리고 한 걸음 떨어져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황치성이 마침내 한바탕 부딪치는 것이 영화 <휴민트>다.
일단 액션이다. 영화의 도입부, 권총을 거꾸로 잡고서 태국 사창가에서 여성을 구해내려 폭력배들과 일전을 불사하는 조 과장의 액션은 류승완이 여전히 한국 최고수준의 액션 연출가란 사실을 확인케 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 마치 말 타고 겨루는 총잡이들의 결투처럼 승용차를 몰며 일대일 일기토(일대일 기마전으로 치르는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일찍이 한국영화에선 본 적 없는 도전적이고 쾌감 넘치는 연출이다. 물론 여전히 할리우드와의 격차가 확인되는 순간이 없지 않지만 류승완 만큼 그 격차가 잘 보이지 않게 찍어내는 감독 또한 흔치 않다. 둘 중 무엇에 주목하느냐가 나는 비평가의 존재가치를 보여준다고 믿는다.
▲휴민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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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향하는 단순하고 우직한 시선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도 확인되는 선명한 가치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다뤄온 남과 북의 문제, 또 그를 다루는 방식이겠다. 2013년 작 <베를린>은 남북 첩보기관 요원들이 제3국에서 치르는 혈투가 긴박한 사정과 맞물려 도전적 액션연출로 그려진 작품이다. 세계 최고수준이라 자랑할 만큼 탁월하다 할 수는 없었으나, 만약 언젠가 한국에서 <본> 시리즈와 같은 액션 걸작이 나오게 된다면 이 영화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으리란 평가가 마땅한 시도였다. 많은 장면에서 현실을 넘어서려는 도전정신과 그를 통해 이룩한 성취를 충분히 엿볼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베를린> 이후 <모가디슈>에서도 제3국에서 있었던 남과 북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류승완이다. <베를린>부터 <모가디슈>를 거쳐 <휴민트>에 이르는 동안 류승완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남과 북, 두 나라 사람들을 겨냥했다. 첩보원이거나 주재원으로, 서로 다른 체제에 속해 있는 양국 공무원의 경쟁과 대립, 일시적인 휴지로부터 인간을 발견하도록 했다. 그의 영화에 우정과 사랑이 깃드는 건 그저 대중영화가 대중에게 닿기 위한 얕은 술수만은 아니다. 국가와 체제를 넘어 사람을 보도록 하는 장치다. 류승완의 지난 작업들로부터 우리 비평가들이 주목해야 하는 것 가운데는 이처럼 우직한 수고 또한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물론 아쉬움을 말하는 이들에게도 타당한 이유는 있겠다. 이를테면 제목인 '휴민트'의 존재가치가 영화 가운데 거의 이뤄지지 않고 영화의 중심이라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단 것.
▲휴민트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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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남만 향하는 잣대란 얼마나 간편한가
류승완의 작품들이 받아 마땅한 비판의 지점 또한 여전하다. 북한은 물론이고 배경이 된 러시아와 태국이란 국가, 또 그 국적을 가진 인물들에 대해 별다른 고민의 지점 없이 범죄의 온상이자 악의 화신처럼 연출하는 대목이 그렇다. 실제 명확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물론 유사한 범죄가 보도된 일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 할지라도 그를 선악의 구도로써 단순화해 장르적으로만 소비하는 건 불편을 자아낼 소지가 크다.
지속적으로 타국의 윤리적 취약점을 즐겨 겨냥한다는 건 그리 바람직한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작품을 초국적 OTT 서비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유통하는 오늘의 상황에선 더욱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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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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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역주하는 '휴민트'의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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