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숲 동물 친구들 대모험스틸컷
팝엔터테인먼트
동물의 의인화, 이롭기만 할까?
변화는 성장에 맞춰진다. 모험을 떠난 아이들이 전과는 다른 무엇으로, 조금 더 늠름하고 책임감 있는 이들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이 또한 숱하게 반복돼 온 것이다. 하나도 새롭지가 않다. 마치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냐는 듯, 주인공의 이름과 에피소드만 조금씩 변주하면 그만이란 듯 전개되는 이야기다. 악을 물리치고 선이 승리하며 결정적 역할을 한 아이들은 전대의 질서를 이어받아 지탱하게 될 것이다.
무술도장이라는 공간, 사부와 제자의 관계란 설정은 <쿵푸 팬더> 시리즈가 앞서 탁월하게 활용하며 하나의 전형을 제시한 바 있다. 교육과 학습이 이뤄지는 공간에서의 역할수행과 그를 수행하는 이들 간의 사회적 관계맺음, 그 속에서 옳고 그른 태도를 보는 이에게 알도록 한다. <마법 숲 동물 친구들 대모험>은 이를 효과적으로 추종하고 재현한다. 그 너머로 나아갈 생각은 애초부터 없다. 구태여 그를 요구할 필요 또한 없겠다. 주된 관객인 아이들에게 영웅담과 성장기, 또 모범적 관계맺음의 방식을 전하는 건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많은 경우 이롭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물음을 던질 필요는 있다. 수없이 반복돼 온 이야기 가운데서 효과만을 바라보고 감행하는 동물의 의인화가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등장하는 건 염소, 토끼, 하마, 소와 고양이, 하이에나, 늑대, 족제비 등이다. 이들 모두가 지극히 인간적 관점에서 소비된다. 그것도 이들이 그간 소비돼 온 전형 그대로 또 한 번 소비되고 있다. 큰 것은 둔하고 나태하게, 꾀 많은 것은 교활하게, 육식동물은 악하게 말이다. 그 뒤에 가려진 진실, 이를테면 동물의 습성이며 해당 종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 동물학이 마침내 확인한 인간적 오해와 진실 등을 바로 잡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다.
▲마법 숲 동물 친구들 대모험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선명한 선악 구분,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종이라는 틀, 또 육식과 채식이란 버릴 수 없는 습성, 그에 따른 유전적 생김을 도덕적 가치와 고민 없이 연결 짓는다. 단 하나의 캐릭터도 악에서 선으로, 또 선에서 악으로 건너오지 못하는 이 이야기 가운데 종은 그대로 천형처럼 도덕적 선함과 악함으로 이어진다. 보는 이는 오랫동안 인간이 친근하게 여겨온 종에 대하여선 더욱 선한 인상을, 그렇지 않은 종에겐 거부감, 심한 경우 혐오감까지도 가질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인식이 오늘의 세계에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긴다. 나태하며 유효하지 못하다.
동물처럼 묘사된 캐릭터에게 제압이나 징벌을 할 때 보는 이는 가치판단을 피해 갈 수 있다. 그와 같은 일이 동일한 인간의 형상을 한 이들에게 가해질 때와 동물의 모습을 띤 이들에게 이뤄질 때 전혀 다른 감상을 일으킨다. 후자를 택한 영화는 가치판단에 따를 수 있는 스트레스를 영리하게 피해 간다. 아무 고민 없이 짓밟는 이와 짓밟히는 이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이는 효율적이지만 어떤 시각에선 불유쾌한 일이기도 하다. 교묘한 구분 짓기와 이미지 덧씌우기를 통하여 저도 모르는 새 분명한 입장을 갖도록 하는 일이 횡행하는 오늘의 세계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나쁜 영화는 아니다. 새로울 것 없어도 일단 재미있게 러닝타임 동안 붙들어주는 썩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할리우드발 애니가 전 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애니 강국이 아닌 UAE가 제작한 작품이란 점에서도 흥미를 자아낸다.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어른들에게도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은 자극을 또한 선사하니, 나름대로 가족 단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선택지로 추천할 수도 있겠다. 그저 빠르게 악당을 겨냥하고 영웅을 따라 할 줄 아는 우리의 영민한 아이들에게 위와 같은 작은 생각 한 줌을 더해주고 싶을 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공유하기
육식동물은 나쁘다? 애니 속 고정관념이 불편한 까닭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