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힌드의 목소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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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쟁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힌드를 구하기 위한 조정에는 몇 시간이 걸렸다. 그 몇 시간 동안 아이는 차 안에서 총과 탱크의 위협을 견뎌야 했다. 울먹이는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그 아이는 정치도 모르고, 국경도 모르고, 이념도 모른다. 그저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전쟁은 그런 아이를 가장 먼저 겨냥한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전쟁의 잔혹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쟁은 절대 권력자들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은 늘 가장 약한 사람들을 관통한다.
적신월사 직원들도, 힌드도, 그들의 가족도 아무 잘못이 없다. 그들은 그저 갑작스러운 공격을 피하려 했고, 살아남기 위해 움직였고, 서로를 구하려 했을 뿐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옆에서 보거나, 죽어가는 걸 보는 그들은 그 슬픈 고통을 그저 받아낼 뿐이다.
영화는 그런 아픔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담담하게 보여줘서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생명을 잃는 것이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 죽음들이 전쟁을 끝낼까. 절대 아니다. 전쟁은 그렇게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우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날로 넘어간다.
힌드의 목소리는 그 참혹함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한다. 아이의 목소리 안에는 그저 무서워서 벗어나고 싶고,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와주기를 바라는 아주 작은 인간의 본능만이 남아 있다. 그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적신월사의 직원들은 실바늘 같은 구조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건다.
하지만 수 시간동안 조정과 승인을 받은 구조 작전조차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전쟁은 사람을 한순간에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짓누르고, 무너뜨리고, 인간이 인간을 지킬 수 없게 만드는 방식으로도 잔혹하다.
적어도 이 목소리는 들어야 한다
현재 세계는 전쟁 뉴스가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한 공격과 강경한 발언으로 다시 세계를 혼란 속에 밀어 넣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또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그 안에는 분명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 중 누군가는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두려움에 떨면서, 누군가가 와주길 바라면서, 전화기 너머로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목소리를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가. 전쟁이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밀려나면, 그 목소리들도 너무 쉽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전쟁의 파편들 속을 들여다보게 해줘서다. 이 영화는 실제 힌드의 통화 음성과 적신월사 직원들의 목소리를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은 단순히 사건의 관찰자가 아니라, 거의 그 전화선 옆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그 목소리들 안에는 두려움, 긴박함, 무력감, 간절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들이 느끼는 지옥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어쩌면 이 목소리들은 가장 먼저 전쟁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들려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치적 명분과 군사적 계산을 말하기 전에, 그들이 먼저 들어야 하는 건 한 아이가 '제발 데리러 와 달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 아닐까.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강력한 반전 영화다. 존재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저항처럼 느껴진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피부를 판 남자> <올파의 딸들> 같은 작품에서 보여줬던 방식처럼, 이번에도 그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배우들 역시 마치 실제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처럼 절박하게 연기한다. 그들은 누군가를 연기하기보다, 그날의 시간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음성과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이 겹칠 때, 영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거의 집단적인 애도의 공간이 된다.
이 작품은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후보에도 오르며 국제적으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개봉예정인 <힌드의 목소리>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전쟁의 영향을 받는 우리 모두에게, 추천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보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끝내 보게 만든다. 그리고 때로 영화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이 목소리는 트럼프 같은 권력자들이 가장 먼저 들어야 할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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