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화력조선'사르후'가 포함된 국립진주박물관 영상 콘텐츠 프로젝트 포스터
국립진주박물관
하나 있는 목숨만큼은
<사르후>는 김응하의 입을 빌려 말한다. '(나라가 병사에게 무얼) 주지는 못해도 하나 있는 목숨만은 뺏지 말아야 한다'고. 용맹하며 고뇌할 줄 아는 이 무장이 제 조국이 아닌 땅에서 죽기까지, 또 그 휘하 수천의 병사가 모조리 살육당하기까지의 역사를 한국은 그리 중하게 다루지 않는다. 호란에서 잇따른 수차례의 대패와 수만 병사의 참혹한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을 패배한 역사, 부끄러운 선택이라 여기는 때문일 테다. 그저 광해군의 중립 외교라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뭉뚱그려 넘어갈 뿐이다. 사르후 전쟁에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한 1만 명이 넘는 병사와 그들의 부모와 자식들의 삶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알려 하는가.
전쟁을 결정하는 이들이 전쟁의 최전선에 나서야 했다면 이제껏 존재했던 모든 전쟁 가운데 대다수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 또 베냐민 네타냐후와 이스라엘이 일으킨 국제법을 위반한 이란과의 전쟁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이 동맹국과 우호국들에 파병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국회에 출석해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며 사실상의 압력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조선은 사백 년 전 당대 패권국의 압력에 굴복해 남의 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다 큰 희생을 치렀다. 파견 병력 대부분을 잃었고 화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한국은 더했다. 박정희 정권은 지난 세기 패권국 미국에게 요청하여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 요구받은 적 없는 군대를 스스로 파병했다. 피할 수 있었던 희생을 우리에게, 또 베트남에게 입혔다. 누군가는 그 대가로 뒤따른 경제적 이득을 말하지만, 인두겁을 쓰고서 죽고 죽인 이들과 그 가족 앞에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 와 또 한 번 전투병을 나라 바깥, 남의 전쟁에 보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세상이다. <사르후>의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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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