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이소라와 정재형의 우정, 제대로 집중해서 본 까닭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나온 이소라... 성숙한 인간관계를 보여준 마법 같은 시간

26.03.16 13:44최종업데이트26.03.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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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수가 방송 사고를 낸 적이 있다. 전주가 끝나고 노래가 시작했는데 한 소절도 못 가서 못 부르겠다며 울어버린 탓이다. 생방송이 아니라 끊고 다시 가기를 두세 번, 그런데 담당 피디는 이걸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이 방송 사고는 전설이 된 음악 방송 <이소라 프로포즈>의 한 장면이다. 진행자 이소라가 본인 노래 <제발>을 부르던 중 생긴 일이다. 이소라가 자기 경험으로 쓴 가사인데 여전히 슬퍼서 눈물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게 26년 전 일이다. 나는 그 때 이별한 지 오래된, 하등의 슬픈 감정이 남지 않은 솔로였다. 그런데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노래에 치여 '강제 이별(?)' 당하고 노래 내내 같이 울었다. 이소라 <믿음>으로 한 달 내내 울던 날에 이은(관련기사 : 13일의 금요일, 소라언니를 기다립니다 ) 두번째 눈물이었다.

2024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드라마 OST <바라 봄>은 특이했다. 피치카토(현악기 줄을 뜯는 기법)로 '둥 뚱' 몇번 튕기더니 바로 노래가 시작했다. 시작했는데도 현을 뜯는 그 투박하고도 정직한 '둥 뚱'은 멈추지 않고, 그 위로 이소라 목소리가 흘렀다. 그게 너무 기막히게 어울려서 '대체 누가 만든 노래지?' 했는데 정재형이었다.

'친구'의 바람직한 레퍼런스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한 가수 이소라.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한 가수 이소라.<요정재형>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소라가 본인 유튜브를 시작하더니 지난 15일 일요일,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 게스트로 나왔다. 서로를 알아보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친구의 레퍼런스를 이 영상에서 배운다.

나이 먹을수록 서로를 더 토닥이고 아끼며 살아야 한다고. 그들은 가르치지 않지만 나는 배우게 되는 그런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그 기막히게 어울렸던 OST <바라 봄>이 정재형이 오로지 이소라만을 위해 작업한 곡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정성이 시청자의 귓가에 닿았던 거다.

평소 내게 유튜브는 일할 때 틀어두는 라디오에 가까웠다. 하지만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본 순간 이어폰을 빼고 휴대폰을 TV에 연결했다.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게 아니었다.

장난꾸러기처럼 서로를 '디스' 하다가도 어느 한 순간은 깊게 끄덕이는 이소라의 섬세한 표정, 오랜 친구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그의 고집마저 웃음으로 승화 시키는 정재형의 다정한 환대, 그리고 그들의 세월을 섬세하게 포착한 제작진의 자막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건 두 사람의 인생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한 편의 수채화였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서로의 '둥 뚱'거리는 불협화음조차 선율로 받아들여 줄 친구를 얻는 과정이 아닐까. 이소라와 정재형이 보여준 그 마법 같은 시간은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성숙한 인간관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정성을 담는 일

이소라는 정제된 가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게 좋다고 했다. 어떤 감정을 소설처럼 늘어놨다가 줄이고 줄여서 멜로디 안에 넣고, 노래 부를 사람의 정서에 맞는 단어를 다시 골라 넣고, 거기에 작사가의 마음도 담으면서 대중의 마음도 고려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었다.

딱 맞는 단어를 찾는 이소라의 정성은 비단 작사가만의 영역은 아닐 것이다. 자극적인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나는 전문 기자도 작사가도 아닌 이름 없는 글쟁이지만, 그 마음이 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줄이고 또 줄여서 딱 맞는 한 단어를 찾아내는 일, 그 정성이 결국 어딘가의 귓가에 혹은 눈가에 닿기를 바라며 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정재형의 '둥 뚱' 소리처럼 기막힌 위로가 되길 꿈꾸며 내 첫 문장을 고쳐본다.
덧붙이는 글 개인 SNS 에도 올라갑니다
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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