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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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원전 사고를 다룬 많은 작품이 있다. 한국에선 2016년 작 <판도라>가 대표적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2016년 한국 관측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경주 지진을 겪으며 원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영화였다. <체르노빌>과 달리 가상의 사고를 다루고 있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구조적 실패, 또 인간적 실패로써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몇몇 이들의 영웅적 활약으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반복되는 건 작품들이 다루고 있는 인간과 사회의 본성 때문이다. 인간은 눈 앞의 이익에 매몰되기 쉽고, 위험을 과소평가하며, 과거를 잘 잊는다. 심지어 우리 생각보다 어리석기도 하다. 인간의 조직은 그 설계와는 달리 오작동할 때가 많다. 관료제의 문제가 모든 조직에서 수시로 되풀이된다. <체르노빌>과 <판도라>에서 그러했듯, 또 실제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그러했듯이.
원전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발전설비다. 화석연료,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전력생산의 주요한 축으로 기능한다. 미국의 이란 침공 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진 사태에서 보듯이, 에너지 수급과 전력생산은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 안보마저 뒤흔들 수 있는 주요한 문제다. 그에 대응하는 건 국가의 역할이고 우리 국가의 정체인 민주공화정은 충분한 지성과 의지를 갖춘 시민들이 제 역할을 할 때에야 실패 없이 움직인다. 짧게는 위기대응부터 에너지 수급, 나아가 전력믹스 계획과 기술개발 등 에너지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국가에도 이와 같은 시민의 관심과 지성이 중대한 역할을 미친다.
▲체르노빌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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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가동국 시민의 의무
에너지 정책 결정의 어려움은 관심 있는, 그리고 조직화된 소수의 의견과 무관심한 국민 다수의 입장 차이가 다른 선진국의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관해 관심이 없기에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가능하면 온실가스가 적게 배출되는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비싼 전기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를 연계하여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석, <새로운 에너지 세계> 402p 중에서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전 사장의 글이다. 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 또 이해는 국가 정책에 있어서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책임이 오롯이 그를 운영하는 직원들과 일본 정부에만 있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멈추었던 일본은 다시 원전을 재가동했다. 그저 과거 수준을 복원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2040년까지 에너지 자급률을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원자력발전 비율을 전원믹스에서 2할까지 높이겠단다. 지진과 쓰나미에 함락됐던 일본 원전이 앞으로는 그와 같은 실패를 저지르지 않을까. 오늘의 일본은 다시 과거와 같은, 그보다 더한 길을 걷고 있다. 그 가운데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관심 속에 묻혀 있는 듯 보인다.
한국은 다른가.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에너지 자립율은 여적 10% 내외다. 대부분의 자원을 국외에서, 그중에서도 대부분을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걸프만을 통해 들여오는 불안정한 구조를 가졌다. 동아시아 국가가 대부분 그러했듯 한국 또한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하며 막대한 전력의 안정적 보급을 필수요건으로 두었다. 전력믹스에서 3할을 넘는 원자력발전은 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좁은 국토에서 2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은 밀집도가 세계 1위,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감당할 수 없으리란 분석이 많다. 과연 한국 시민들은 필요한 만큼 알고 있는가. 마땅한 만큼 관심을 두고 있을까. '씨네만세'를 통해 원전 사고를 다룬 작품을 꺼내어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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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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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15년...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한국이 잊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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