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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한' 북중미 WC 노리는 이라크, 전쟁 여파로 발 묶였다... "PO 일정 연기 요청"

[북중미 WC] 1승이면 본선 밟는 이라크... "이번주 안에 경기 연기 여부 신속히 결정해달라"

26.03.10 09:29최종업데이트26.03.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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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1승이면 40년의 한을 풀 수 있지만, 전쟁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9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현지 매체 <더 가디언>은 "이라크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25시간 육로 이동 계획을 거부하며 월드컵 플레이오프 연기 요청을 했다"라며 "이는 선수단이 경기를 치르기 위해 튀르키예까지 25시간 동안 육로로 이동한 후 멕시코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는 FIFA의 ​​제안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라크 교통부가 이라크 축구 협회에 미국-이란의 전쟁 동안 영공을 폐쇄할 것이라고 통보한 후 불확실해졌다"라며 전말을 밝혔다.

'40년의 한' 이라크의 월드컵 본선행 도전기

플레이오프가 열리는 멕시코 몬테레이까지 이동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이라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이들은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40년 만에 본선행을 노리고 있었기에, 상황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고 있다. 1932년 영국의 위임 통치에서 벗어났던 이들은 12년 후 축구협회를 창설하며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72년 아시안컵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이들은 4년 뒤 이란 대회에서는 최종 4위를 기록했고, 1986년에는 멕시코 월드컵에 참가하면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동의 전통 강호로 군림했던 이들은 전쟁이 터지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하게 저력을 발휘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터지며 홈 경기를 치르는 게 불가능했지만, 4년 뒤에는 아시안컵 정상에 섰다.

또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U20 월드컵 4위 1회(2013)·올림픽 진출 3회(2004, 2016, 2024)를 이룩하며 다크호스 면모를 뽐냈다. 이에 더해 유럽·미국에서 활약, 대표팀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의 동료로 알려진 알리 아드난(알 와흐다)을 필두로 메르차스 도스키플젠·알리 알하마디(루턴타운)·지단 이크발(위트레흐트)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연이어 나왔다.

이와 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으나 이상하리만큼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1986년 참가 후 지역 예선에 꾸준히 참가했던 이들은 1990·1994·1998·2002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지역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2006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는 2차에서 우즈베키스탄에 밀려 탈락했다.

아시안컵 챔피언의 자격으로 야심 차게 도전했던 2010 예선전에서도 카타르에 밀려 최종 예선 진출에 실패했고, 4년 뒤에는 최종 예선까지 도달했으나 일본·호주·요르단·오만에 단 승점 5점을 얻어내며 고개를 숙였다. 2%의 아쉬움은 이어졌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2차를 뚫어내고 직행권이 주어지는 3차까지 올라섰지만, 일본·사우디·호주·UAE에 밀려 5위에 자리했다.

직전 카타르 대회에서는 벤투호와 함께 최종 예선 A조에 속했던 가운데 승점 9점을 쌓는 저력을 발휘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지만, UAE에 3점 차로 밀려나며 4위로 최종 탈락했다. 닿을 듯 말 듯 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던 이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참가국 확대(36→48)라는 '찬스'가 다가온 상황 속 2차 예선을 무난하게 뚫어내면서 3차로 향했다.

출발은 좋았다. 오만(승)·쿠웨이트(무)·팔레스타인(승)에 승점 7점을 휩쓸었고, 홍명보호에 3-2로 무너지며 흐름이 끊겼으나 요르단(무)·오만(승)·쿠웨이트(무)에 패배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이 문제였다. 반드시 잡아야만 했던 쿠웨이트와 무승부를 거둔 후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팔레스타인에 패배하며 흔들렸고, 수장인 헤수스 카사스 감독은 경질됐다.

이후 호주 출신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을 선임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홍명보호에 패배하며 3차에서는 직행이 좌절됐다. 이어진 4차 예선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득점으로 밀리면서 5차로 추락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UAE와 영혼의 승부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실낱 같은 희망을 살렸고, 마지막 기회인 대륙 간 플레이오프로 향할 수 있었다.

'미국·이란 전쟁→영공 폐쇄' 이라크... "결정이 신속하게 내려져야"

대륙 간 플레이오프로 추락한 가운데 상황은 매우 유리하다. 오는 26일(한국시간)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수리남·볼리비아의 승자와 내달 1일, 단판 승부를 펼쳐 승리를 가져오면 40년의 한을 풀 수 있다. 이라크 국민들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으나 외부적인 요인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바로 지난달 28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 때문.

이웃 나라인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에 공습을 당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는 공습으로 사살되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공습 목표는 이란의 핵 시설화 무력화를 노렸지만, 최고 지도자가 사망하면서 사실상 정권 '마비'가 됐다. 이후 이란은 사우디·카타르·UAE(아랍에미리트) 등을 상대로 공격에 나섰고, 상황은 심각해졌다.

주변국마저 화마에 시달리는 상황 속 이라크는 영공을 폐쇄했고, 멕시코로 이동해야만 하는 선수단·코치진의 발이 묶이게 된 것. 현재 선수단 대부분은 수도인 바그다그에 있으며, 아놀드 감독은 폭격이 거세지고 있는 UAE 두바이에 있다. FIFA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육로 이동을 제안했지만, 해당 경로는 이란의 드론 공격이 거세게 이뤄지고 있기에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폭격이 멈추고 평화가 빠르게 찾아올 거리는 장담이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아놀드 감독은 영국 현지 매체인 <BBC>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라크 국민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40년 동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제가 이 일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며 입을 뗐다.

이어 "하지만, 현재 공항은 폐쇄됐고 우리는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볼리비아가 이번 달에 수리남과 경기를 하고, 월드컵 개막 일주일 전에 승자와 미국에서 경기한다. 그 경기에서 이긴 팀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진 팀은 탈락하는 구조를 택하자"라며 대안을 내놓았다.

이라크 축구협회도 FIFA에 공식적으로 연기를 요청했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타 국가와 국제축구연맹이 받을지는 미지수인 상황.

본선 진출을 노리는 이라크는 다른 경우의 수도 존재한다.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이 전쟁 여파로 월드컵 기권을 택하게 되면, 아시아 예선 성적 기준 다음 순위 팀인 이라크가 대체 참가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복잡한 세계 정세 속 이라크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향후 상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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