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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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캐릭터
문제는 이로부터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더는 유지하기 버거워졌다는 점에 있다. 감정을 느끼고 타인과 교감하는 덱스터가 어찌하여 제 타깃에겐 여전히 냉혹한 살인마일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드라마가 균형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생겨났던 것.
시즌7은 마침내 문제를 터뜨리는 주요한 시즌이 된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로 이어진다. 하나는 마이애미 경찰청 형사를 살해한 우크라이나 범죄조직 일원을 살해한 덱스터가 도리어 그 조직의 주요 인사인 아이작 시르코(레이 스티븐슨 분)에게 추적을 당한다는 것. 필요하면 가차없이 사람을 죽이는 아이작의 추적이 시시각각 덱스터를 향해 오는 가운데, 덱스터가 제 앞에 놓인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긴장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아이작이 간만에 등장한 인상적 악당이란 점에서 함량미달의 악역 탓에 긴장까지 무너졌던 지난 시즌의 과오를 완전히 씻어낸다.
다른 한 줄기는 덱스터의 마음을 뒤흔드는 한나 맥케이(이본 스트라호브스키 분)의 존재다. 왕년에 유명했던 연쇄살인마의 애인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그녀는 평범한 삶을 갈구함에도 좀처럼 그와 같은 일상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유명한 연쇄살인마의 여자친구란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 덱스터다. 과거 살해당한 희생자의 시신을 찾는 작업 가운데 그녀에게서 석연찮은 구석을 발견한 덱스터는 그녀가 실제로는 연쇄살인에 가담한 동조자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찰과 별도의 추적을 시작한다.
시즌7은 위 두 가지 줄기를 따르며 덱스터가 쫓는 이와 그를 뒤쫓는 또 다른 위협이란 독특한 구조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적의 고리가 아이작 시르코와 한나 맥케이라는 매력적 인물들 덕분에 보는 이에게 상당한 흥미를 자아낸다. 덱스터가 이들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좀처럼 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우정이 피어나고, 싹 트기 어려울 듯했던 사랑이 일어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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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변곡점, 변화하는 연쇄살인마
그러나 무엇보다 시즌7을 충격 가운데 몰아넣는 건, 비단 이 시즌만이 아닌 전체 시리즈의 변곡점이라 할 만한 이야기겠다. 다름 아닌 덱스터의 동생 데브라가 덱스터의 진면목을 알고 고통 받으며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이르는 대목이다. 시작은 덱스터에게 의심을 느낀 라구에타 경감이 비공식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부터다. 덱스터가 어쩌면 과거 마이애미를 충격에 빠뜨린 '항만 도살자'일 수 있다는 의심은 수사가 전개되며 점차 굳어져 간다.
시즌6의 마지막에서 덱스터의 살인 장면을 목격했던 데브라는 심적 고통 속에 덱스터의 검거만큼은 막으려 하지만 그 작업이 쉽지가 않다. 그리고 마침내 라구에타와 덱스터 사이에 끼고 마는 것이다. 마이애미 경찰청 최연소 경위 승진자인 경찰 데브라가 제 오빠를 돕느냐 사건을 감추느냐 사이에서 고통 받는 모습은 지난 일곱 시즌 동안 그녀를 지켜봐온 시청자들에게도 상당한 딜레마적 고통을 안긴다.
가족을 구하느냐 직업적 정의를 택하느냐, 그 사이에서 선택은 단 한 가지만 가능하다. 앞서 유학의 사례들은 이 같은 갈등의 순간에 가족을 구하란 답을 내려주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제가 미처 예비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구함의 당사자인 범죄자가 단 한 번이 아닌 지속적 범행을 이어갈 경우에도 그를 구하는 것이 맞느냐는 점에 있겠다.
▲덱스터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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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제 아버지를 구하려면...
그리고 또 한 가지, 위와 같은 유학의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좀처럼 돌아보지 않는 이야기 또한 언급해 마땅하다. 맹자는 분명 순 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하였다면 순 임금이 그를 업고 도망칠 것이라 말하였다. 사례자가 순 임금이란 사실은 유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와 같이 행동할 것이란 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이로부터 아버지와 자식 간의 도리가 세상 어떤 정의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읽는다. 그러나 어디 그뿐일까.
순 임금은 임금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손에 쥔 이조차 제 아버지가 받아 마땅한 벌을 부당하게 피하도록 한다면 그 왕좌를 내려놓아야 한다. 왕이 제 가족을 챙기느라 세상의 정의를 해한다면 더는 왕일 수 없다. 그것이 맹자가 순 임금이 아버지를 업고 바닷가 마을로 가 숨어 지낼 것이라 이야기한 이유다. 권력은 물론, 세상을 떳떳하게 거닐 자유까지 잃은 채 아버지를 구하는 것, 그것이 순 임금이, 또 마땅히 배운 자들이 해야 할 선택이라고 맹자는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데브라의 선택과 고통이 그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덱스터> 시즌7은 사적복수를 넘어 사적도리와 공적정의의 충돌이라는 딜레마적 난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와 마주한다. 이로부터 용두사미 되기 십상인 시즌제 드라마 사이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명작으로 남았다. 훌륭한 선택이 마땅한 보답을 받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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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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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연쇄살인마란 걸 알았을 때... 이 드라마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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