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아너:그녀들의 법정>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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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가 라영의 아이가 아니기를 바랐지만 헛된 기대였다. 참혹히 버려져 "지옥에서 살았"고, 버젓이 살아있는데 죽었다고 애도하는 가증스러운 모성을 철저히 배신하기 위해 민서는 라영을 파괴한다. 또한 아이의 아버지였을 저주에 마지않던 제열 또한 죽게 만들고, 이도 모자라 그의 딸 상아(김태연)를 지배하고자 시도한다. 민서의 복수는 정당할까. 시청자는 딜레마에 빠진다.
민서는 지독히 운이 나빴다. 학대하는 부모에게 입양되었으니 그 인생이 얼마나 신산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이가 소녀가 되도록 집 나와 돌봐주는 이 없이 살며, 겨우 성매매로 호구지책을 삼으며 살았으니 "좋은 어른 같은 거 안 믿"게 되는 건 당연하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채, 이렇게 만든 당사자가 학대한 양부모가 아니라 낳고 버린 친모라고 믿는다고 해서, 엄마를 파괴해도 괜찮을까.
이러한 딜레마는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들어 흥미를 돋울 수는 있겠지만 꼭 필요한 설정이었는지 회의하게 만든다. 라영의 변처럼 아기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임신 중지나 '미혼모' 양육에 대한 사회 제도적 인식의 뒷받침이 부재한 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을 오직 엄마(여성) 개인에게만 지워 아이를 입양 보낸 것이 마치 비도덕하거나 죄악인 양 다루는 게 바람직할까. 아이의 친부는 제열처럼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은 채 멀쩡히 살아가고 있는데, 아이의 불행에 대한 모든 책임을 친모에게만 전가한다는 것은 몰염치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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