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햄넷>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연극 햄릿의 무대가 끝나간다. 무대 위에서 햄릿을 연기한 배우는 관객들 앞에 서 있고, 아녜스는 마치 자신의 아들에게 손을 건네듯, 손을 내민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주변의 관객들 역시 무대위의 햄릿에게 손을 내민다. 어쩌면 그 손길은 단순히 배우에게 보내는 박수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극장을 채운 모든 관객들이 햄릿이라는 인물을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위로의 대상은 결국 헴넷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헴넷은 마지막 순간 쌍둥이 동생 대신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말한 아이였다. 어린 나이에 삶을 마감한 그 아이의 이야기를 주욱 따라왔던 영화 관객들은 그 마지막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흔들린다. 아픈 마음을 느꼈던 관객들은 결국 연극 햄릿을 보던 모든 관객과 함께 헴넷의 마지막 순간에 위로를 받는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위로의 장면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한 아이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미는 장면은 슬픔이 단지 개인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슬픔을 예술로 바꾸는 방식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서 보여준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담아낸다. 상실과 슬픔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화면은 아름답고 차분하다. 오히려 그 조용한 연출이 감정을 더 강하게 흔들어 놓는다. 그가 담은 자연의 이미지, 한 집안의 이미지 그리고 연극무대의 이미지는 너무나 아름답고 잘 짜여져 있어 영화의 슬픔과 위로 같은 감정을 무척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영화의 큰 힘이다. 윌리엄 역을 맡은 폴 메스칼은 절제된 감정 속에서 상실을 표현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녜스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의 연기다. 그녀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위로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며 영화 전체의 중심을 잡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녀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연기였다.
또한 영화의 음악과 영상 역시 매우 뛰어나다. 자연과 사람의 감정을 연결하는 장면들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흘러간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아주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다. 동시에 자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여성이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강인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극장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 그 감정의 여운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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