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가온의 롤모델은 한국계 미국인 선수인 클로이 킴이다. 최근 2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수상했던 클로이 킴은 밀라노 대회에서 최가온에게 밀려 3연패를 놓쳤다. 클로이와 최가온은 1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각별한 사이였다.
올림픽 경기를 마치고 클로이는 자신의 장비도 벗지않은 채 달려와 금메달이 확정된 가온을 꼭 안아주며 축하해주는 훈훈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클로이는 "가온이는 제 동생이나 다름없다. 너무 자랑스럽다. 넌 진짜 훌륭한 스노보더"라며 진심 어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가온은 7살에 보드를 처음 접하고 9살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13세에는 2022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스노보드 월드컵에서는 최연소로 3회 연속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유망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최가온을 세계적인 선수로 이끈 전매특허 기술은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회전하는 고난도의 '스위치 백사이드 900'이다. 특히 여자 선수가 이 기술을 사용한 것은 최가온이 세계 최초였다.
"저는 이 기술을 어렵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제 모습을 처음 본 코치가 '여자들이 아무도 못 하는 방향으로 돈다.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빠와 그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는 방향으로 훈련했다. 시합에 나가보니 해당 기술을 쓴 게 여자 세계 최초였더라."
고급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 연습벌레였던 최가온은 매일 제일 일찍 산에 올라가서 제일 늦게까지 훈련을 소화하고 하산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꿈 많을 나이의 어린 소녀에게는 힘들 법도 했을 텐데 최가온은 "저한테 훈련은 그냥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2024년 최가온은 세계적인 스노보드 선수로 서서히 떠오르던 시점에 스위스 락스 오픈을 앞두고 큰 부상을 입었다.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을 대비하여 연습시간에 파이프 립에 부딪히며 큰 허리 부상을 당했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최가온은 불과 15세의 어린 나이에 전신마취를 하고 허리에 철심 6개를 박는 대수술을 해야 했다.
"넘어지는 순간 '이건 못 일어난다'라는 느낌이 왔다. 그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제정신이 나이였다. 진통제 맞고 바로 헬기로 실려 갔다. 수술받고 나서 허리 쪽이 실로 꿰매져 있는 것 같고, 눈 뜬 채 죽은 느낌이 들더라. 아빠가 '이렇게까지 다치는데 꼭 해야 되겠냐. 제발 아빠는 못 하겠다'고 우시더라, 그때는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링거를 다 잡아 뜯으면서 '나 지금 경기 가야한다'고 화를 냈다."
당시 최가온은 정말로 스노보드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최가온은 몸을 회복하는 기간 동안 그간 못 해본 학교생활도 해보고 친구도 처음으로 사귀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스노보드를 못 타게 되어 우울한 감정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매일매일 신나면서도 우울했다. 내가 왜 이러지 생각하다가 '스노보드를 못 타서 우울하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재활을 열심히 하고 복귀하려고 노력했다. 재활 선생님이랑 친해서 재활도 재미있게 했다."
강철 멘탈을 가진 최가온도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코치와 부친은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고 최가온이 스스로 극복해 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줬다.
아픔을 딛고 2025년 스위스 대회에 재참가한 최가온은 동메달을 따내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올림픽 두 달 전에 열린 2026년 대회에서는 기어코 정상에 오르며 부상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최가온은 '항상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는 신념을 습관처럼 지켜온 것이 바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처음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게 이번 올림픽이었다. 아빠는 항상 어릴 때부터 제게 '뭘 하든 끝까지 해야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 듣고 끝까지 해서 내가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가온의 부친은 딸이 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아예 직장마저 그만두고 운동하는 딸을 서포트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최가온은 자신의 1호팬인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아빠는 '가온이가 제일 열심히 했으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실망하지 마라. 보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 아빠가 나를 믿고 항상 지지해 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나도 매일매일 사랑한다. 앞으로도 쭉 나랑 같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스노보드를 탈 때는 당찬 국가대표 선수지만, 일상에서의 최가온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팬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최애'라는 아이돌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깜짝 영상 편지가 등장하자, 최가온은 수줍어하며 올림픽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최가온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하여 지금보다 더 나은 스노보드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첫 번째 목표(올림픽 금메달)를 정말 빨리 영광스럽게 이룰 수 있었다. 다음 올림픽도 물론 목표지만, 지금의 저보다 앞으로 더 잘 타는 스노보더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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