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어더 랜드> 스틸
필름다빈
<노 어더 랜드>는 기록과 고발의 영화다. 무엇보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가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바젤과 야발은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야만적 폭력에 맞선다. 하지만 돌멩이조차 들 수 없다. 무력 차이가 너무 압도적인 탓이다. 물론 다윗은 그들이고 골리앗은 이스라엘군과 정착촌 주민이다. 늘 당하기만 하는 탓에 무력감에 시달리고, 공격에 노출된다. 신상 털기 협박도 노골화한다.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소송을 걸어도 재판은 기약이 없다. 판결이 미뤄진 사이에 강제철거는 계속된다.
은폐된 현실을 알리려는 풀뿌리 언론인은 표적이 된다. 야발은 팔레스타인 편을 든다며 군대와 정착민들에게 비국민 취급을 겪는다. 바젤은 언제든 무단연행 공포에 노출된다. 경고로 아버지나 형이 부당하게 체포당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런 시련에도 주민들에게는 이 땅을 지키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란 없다. 관객은 그들의 절박한 사연에 서서히 빨려 들기 시작한다.
마샤페르 야타의 참상은 한국이 이스라엘 점령 정책에 방관을 넘어 협력한다는 생생한 증거이기도 하다. 정착촌 건설 명목으로 극우주의자들이 이스라엘 정권의 첨병 노릇을 하며 땅을 빼앗는 과정에서 집과 우물, 학교를 부수는 도구로 활용되는 중장비는 가격 저렴하고 성능 좋기로 유명한 한국산 불도저다. <노 어더 랜드>에서도 몇 장면에 선명하게 한국 기업 로고가 확인된다. (한국 평화활동가들이 현지에서 기록한 <언허드: 마샤페르 야타를 지켜라> (2023, 40분, 연출 권순목)에 좀 더 구체적 실상이 드러난다.)
영화는 가자 전쟁 발발 직후에 멈춘다. 한국 관객이 만나는 시점과 2년 넘게 시차가 발생한 셈이다. 물론 상황은 더 나빠졌다. 가자는 폐허로 변한 상태이고, 이란 침략에 관심이 집중된 틈에 휴전을 무시하고 다시 이스라엘의 봉쇄가 자행되는 중이다. 마샤페르 야타는 물론, 서안지구에 대한 정착촌 건설은 가속화된다. 중동 전역이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패악질에 신음한다. 그들의 원한이 어디로 향할까?
<노 어더 랜드>를 목격하는 건 고통스러운 체험이다. 그러나 영화와 극장을 현실도피 단꿈 도구로 여기지 않고, 세계의 단면과 만나는 통로로 여기는 관객이라면, 우리가 처한 세계의 어두운 면과 지구촌 동포의 비운을 간접 체험할 절호의 기회다. 그만큼 압도적 감흥을 제공하며 우리를 세계시민으로 소환하는 '영화적 체험'이 될 테다.
<작품정보>
노 어더 랜드
No Other land
2024 팔레스타인 다큐멘터리
2026.03.04. 개봉 92분 15세 관람가
감독 바젤 아드라, 함단 발랄, 유발 아브라함, 레이첼 쇼르
수입/배급 필름다빈
▲<노 어더 랜드> 포스터
필름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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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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