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그 메시지는 단종을 통해 관객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성과가 없었던 시간, 빛나지 않았던 청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노력을 무의미한 '실패'로 결론 내렸던 이들에게, 영화는 그런 '실패'마저 하나의 의미 있는 서사로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목이 '왕'이 아니라 '왕과 사는 남자'인 점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는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권력극의 중심을 비켜가겠다는 선언에 가까워서다. 실제로 영화는 권력 투쟁의 서사가 있던 자리 대부분을 생활과 관계의 이야기로 채운다. 거대한 시스템에 패배해 바닥으로 떨어진 왕은 마찬가지로 삶의 변방에서 팍팍한 현실을 견디던 한 촌장(엄흥도)과 만나 서로의 일상을 돌본다.
이 부분에서도 요즘 관객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대단한 복수나 화려한 반전을 갖춘 강한 영웅 대신 어떤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 그리고 혼자 버티다 또 다른 상처를 가진 누군가와 연결되는 소소한 순간들에 반응한다. 이는 대중의 정서적 허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우리는 지금 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패배'를 너무 쉽게 개인 탓으로 돌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왕과 사는 남자>는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패배했다고 해서 당신의 삶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라고. 아마 그것이 우리가 <왕과 사는 남자>에 과몰입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스크린에서 본 인물은 실패한 왕이 아니라, 실패의 시간을 묵묵히 통과해 내는 한 인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을 보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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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 잡지와 온라인 매체,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퇴근 후에는 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이자,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남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에세이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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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우리는 왜 실패한 왕의 서사에 과몰입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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