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휴민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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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2 >의 에필로그. 사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가족과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은 사족에 가깝다. 하지만 < 베테랑2 >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10여 년 만에 돌아온 서도철이 느끼는 피로감, 가장으로서, 직업인으로서 느끼는 그 피로감이 관객들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이다. 데뷔 30여 년을 향해 달려가는 류승완 감독이 느끼는 피로감의 영화적 표현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휴민트>에서도 그 피로감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는 국정원 요원 조 과장 캐릭터가 그 예다. <베를린> 속 '투덜이' 한석규와는 또 다르다. 인물에 대한 이러저러한 배경 설명을 최대한 절제한 채 사건으로 직진하는 <휴민트> 속 조 과장이 목숨을 걸고 북한 여성 채선화를 구해내는 과정은 맹목에 가깝다. 액션 영화 속 캐릭터의 단순함이 때로는 미덕일 순 있으나 조 과장의 그것은 맹목이라 감정이입을 저해하는 수준이다.
황치성은 박건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민영웅 표종성을 말로를 길게 설명한다. 표종성은 <베를린>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바로 그 북한 비밀요원 캐릭터다. 블라디보스토크란 물리적 배경을 고리로 <베를린>과 <휴민트>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장면이자 팬 서비스의 일환인 건 맞다. 하지만 묘사하지 않고 설명하는 데서 오는 영화적인 게으름이란 지적을 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후반부 액션은 류승완의 장기이자 숨이 턱 막힐 만한 경천동지다. 맨몸 액션은 성룡이 <비룡맹장> 등에서 파트너 삼았던 킥복싱 챔피언 출신 베니 어키데즈와의 강력하고 둔중한 무게감을, 총기액션의 아이디어나 동기는 리암 니슨의 <테이큰>을 닮았다.
그건 흠이 아니다. 다만 조 과장의 피로감이, 납작하고 단순화된 조 과장의 동기가, 박건과의 앙상한 앙상블이 그 액션의 감정적 크기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휴민트>의 에필로그 속 조 과장의 후일담이 공허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류 감독은 최근 인터뷰어 지승호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에세이집 <재미의 조건>을 출간했다. 여기서 류 감독은 <휴민트>를 분기점이라 표현하며 "예전엔 젊은 에너지로 밀어붙이고, 거칠게 튀고, 자극을 더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자극을 많이 뺐다"는 부연과 함께.
맞다. <휴민트>는 촬영과 영상 자체에서 영화적인 극적 활력을 밀어붙인 기존 류승완표 액션 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것이 < 베테랑2 >로부터 지속된 어떤 피로감의 연장선인지, 영출적인 결단의 말로인지는 차기작 < 베테랑3 >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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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