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1997 세계최강 아키라키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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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40대 안팎의 남성들, 그러니까 1997년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이들에게 오락실은 학교 밖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다. 부모에게 혼나면서도 기어코 찾아가 돈을 쓰며 시간을 보내던 장소였다. 그리고 30여 년 전, 오락실은 대전격투게임의 전성기였다.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킹 오브 파이터즈, 버추어 파이터 등 실력이 좋으면 자리에 앉아 게임하고, 그렇지 못하면 서서 구경이라도 했다. 당시 < 버추어 파이터 3 >의 성지는 서울 대방동이었다고 전해진다. 전국 각지의 고수들이 모여 대전을 벌이고 대회를 열었다. 그중에서도 '아키라꼬마' 신의욱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서울을 제패하고, 전국을 제패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세계까지 제패한 그는 이후 자취를 감춘다. 2009년까지는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약 20년 가까이 공식적인 활동이 없었다. 제작진은 그를 찾아 나섰고, 당시 '맥시멈 배틀'에 참가했던 일본·대만 선수들, 그리고 한국을 주름잡던 고수들까지 차례로 만났다.
사라진 챔피언, 그리고 남은 질문
▲다큐멘터리 <1997 세계최강 아키라키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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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는 5편에 이르러 국내에 아케이드 형태로는 출시되지 않고 콘솔 중심으로만 유통됐다. 많은 유저가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1998년에는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를 필두로 PC방이 급속히 확산되며 오락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게임 문화도 이동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신의욱이 밝힌 은퇴의 이유는 조금 달랐다. 그는 오랫동안 독보적인 최강자의 자리에 머물렀지만,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상대가 없었다고 말한다. 부담과 지루함이 쌓였고, 결국 그는 지쳤다. 이후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것 또한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 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다큐멘터리는 더없이 반가운 기록이다. 당대 최고의 '게임'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멀지 않게 느껴지던 그때가 이제는 역사의 한 장면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 것인가. 가능하다면, 열정과 희망이 담긴 장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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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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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강자에서 세계 정상까지... 15살 '게임의 신'이 은퇴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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