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폭풍의 언덕>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에머랄드 펜넬 감독은 영화 <대니쉬 걸>, <바비> 등에서 배우로 활약했다. 이후 시리즈 <킬링 이브> 시즌2의 각본가로 참여해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장편 데뷔작<프라미싱 영 우먼>과 <솔트번>에서 보여준 파괴적인 욕망을 그대로 이식한 세 번째 영화 <폭풍의 언덕>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첫째, 2대에 걸친 복잡한 관계와 고딕 장르를 덜어내면서 원작 팬의 원성을 샀다. 계급관계, 인간본성, 인종차별 등 사회적 메시지를 배제했다. 특히 주요 인물을 삭제함으로써 캐릭터의 빌드업이 약해진 까닭에 집착에 가까운 사랑과 복수, 미묘한 갈등을 유발하는 넬리(홍 차우)마저도 공감과 이해를 포기하게 만든다. 히스클리프에게 철저히 이용당하는 이사벨라(앨리슨 올리버)의 기이한 행동은 원작의 희생자 역할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욕망에 눈뜬 해방자로 묘사되었다.
둘째, 오직 캐시와 히스클리프의 순정과 욕정, 갈등에만 집중해 압도적인 영상미와 감각적인 음악에 신경 썼다. 고전의 탈을 쓴 도파민이 분출하는 요즘 콘텐츠처럼 느껴진다. 가시 돋친 사랑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오감각의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자극적인 양극단의 사랑마저도 사랑이라 불릴 수 있다는 믿음을 제공하며, 사랑의 어둡고 음습한 이면을 들춰냈다.
십 대의 성적 욕망을 상징하는 메타포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오프닝의 교수형 장면을 이용해 영화의 성격을 확정하기에 이른다. 암전 화면 너머로 헐떡이는 숨소리는 성애 장면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교수형이 집행 중이다. 전혀 다른 상황을 색다르게 보여줌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작되는 둘의 사랑은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복잡한 애증을 사랑에 빗대며 추악한 모습까지도 들춰내는 과감한 시도를 보였다. 그밖에 생선이 들어간 젤리, 달팽이의 점액질, 찰진 밀가루 반죽 덩어리, 돼지의 피, 날달걀의 끈적거림 등이 육체적으로 끌리는 관계를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언덕의 언쇼 가문과 언덕 아래의 드러스크로스 저택의 린튼 가문의 선명한 색감 대비, 문명과 단절된 듯 원시적인 광활함이 펼쳐지는 요크셔 지방의 질감이 인상적이다. 다만 원작 팬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2012년 히스클리프를 흑인으로 바꾼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의 재해석 보다 더한 혹평을 피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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