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스틸컷
넷플릭스
치장하고 화려함을 쫓는 세상에서
영화는 상록과 미정의 만남부터 그들 사이에 피어나는 특별한 관계를 뒤따른다. 누가 보아도 화려한 외모의 상록과 달리 미정은 심각한 못난이다. 그 외모가 두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영화는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상록에겐 친해지려 접근하고, 미정은 슬슬 피한다. 그저 피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무시하고, 공공연히 괴롭히는 이들까지 있다. 가만히만 있어도 '까고 싶게 생겼다'거나 하는 말을 듣게 되는 삶이란 오죽할까. 그 상시적 차별과 폭력 앞에서 미정은 갈수록 숨어드는 것이다. 대응하는 것보다 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상록은 그러면 그럴수록 미정에게 끌린다. 모두가 치장하고 화려함을 쫓는 세상, 그리고 그와 같은 경향이 더욱 선명한 백화점 가운데서 오로지 미정만이 다르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세상 전체가 따돌리는 듯한 미정의 상황으로부터 제 엄마와 저 자신의 지난 시간을 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혈기 넘치는 상록에겐 그 모든 시선을 넘어 미정에게 다가설 용기가 있다. 그런 용기가 요한(변요한 분) 같은 이의 도움까지 만나 그는 조금씩 미정과 마음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요컨대 <파반느>는 외모, 또 보여지는 것에 대한 흔한 태도에 대한 영화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또 다정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살아가며 심할 만큼 추한 외양을 가진 사람을, 그가 받는 일상적 취급을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속 미정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저렇게까지 심한 일이 있을까 싶을 수도 있겠으나 세상은 영화보다도 잔혹하다. 미정처럼 면접을 거쳐 좋은 일자리를 얻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공공연한 차별과 거의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혐오를 차마 견디지 못하여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는 세상으로 벗어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얼굴>이 추한 외모가 겪는 일에 대한 현실적 반영이었다면, <파반느>는 콘크리트로 막힌 지하실에 깃든 한 줄기 햇살 같은 판타지다. 그러나 그 판타지가 도리어 보는 이에게 현실을 일깨운다. 아름다움과 추함 모두가, 특히 외모의 미추는 오로지 그 자신의 탓이 아님에도 그에 따른 영향을 어째서 개인에게 지우는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좇는 이들이 추함을 혐오하는 모습이, 꾸미고 치장하기 바쁜 이들일수록 추함을 감추고 욕하는 광경이 결코 소설과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반느포스터
넷플릭스
그 또한 한국이 지나온 길이었음을
소설이 발표된 시기, 한국에선 성형수술을 통해 못난 외모가 화려하게 바뀌는 프로그램을 무려 방송으로 내보낼 만큼 외모지상주의가 일반화돼 있었다. 의료법을 공공연하게 위반하면서까지 추한 것에 대한 공포며 아름다움에 따르는 혜택을 극대해 조장하는 광고를 어디서나 무차별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아예 피하기가 어려울 정도. 이토록 비정상적인 상황임에도 공동체 안의 구성원들은 도리어 무감해지니, 한국사회 속에서 외모지상주의의 토양이 그렇게 확대되고 있었던 것이다.
<파반느>엔 한국의 지나온 시간이 담겨 있다. 일부 각색을 거쳤으나 10여 년 전 한국사회의 흔한 향취가 물리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짙게 묻어난다. 광고, 그러니까 보기 좋게 치장한 것들의 범람은 오로지 미정이 즐겨 듣는 클래식 라디오 주파수에서만 피할 수가 있는 듯하다. 영화 가운데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대비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치장에 신경 쓰지 않는, 본질을 가꾸는 사람들과 공간들이 작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발한다.
영화는 생각하게 한다. 외모와 꾸밈, 남들의 시선을 인식하는 일과 그를 추종하며 사는 행태에 대하여 우리가 취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사는 대로 사느라 미처 차분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우리의 생각과 가치, 사회적 시선 또한 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파반느> 속 세상과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며 묻는다. 세상은 정말 진보하고 있는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공유하기
외모지상주의 저격하는 한국형 로맨스, 세계에 통할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