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름 PD
EBS 홍보부
- 전문가 인터뷰이 선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 "일단 섭외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몇 개월을 노력했는데도 섭외가 안 되어서 아이템을 지금이라도 폐기시켜야 하나 할 정도였죠. 금융권의 입장도 이해는 가요. 그래도 이 다큐를 하려면 우리나라 금융 전반에 대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가장 높은 수장 한 명이라도 나와야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대해 조금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식은 안전자산이 아니거든요.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죠. 그래서 이억원 금융위원장님을 섭외하기 위해 한 3개월 정도 섭외에 공을 들였어요. 금융위원회도 저희 다큐 취지에 공감해 출연을 결심해 주셨어요. 그 외 섭외하기 어려운 분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주셨어요."
- 1부를 '기업의 상장'으로 시작했잖아요. 도입부로 배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 "많은 사람이 주식을 돈 버는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근데 저희는 '주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고 싶었죠. 주식의 개념부터 제대로 알고 넘어가고 싶었거든요. 기업이 상장하게 되면 개인이 그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에는 주식의 첫 출발점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 아직 (우리나라는) 주식을 투자해서 수익만 내는 구조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맞아요. 그런 지점들이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 같아서 저희도 그런 부분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이 다큐의 목적은 기존의 주식 방송처럼 종목 추천이나 매수·매도 타이밍을 얘기해 주는 게 아니에요. 실질적인 우리 금융 산업 구조에서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은 그 투자 자본을 바탕으로 잘 성장해 배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이 주가가 오를 것만 기대하고 잠깐 투자했다 빼면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투자나 연구 개발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기업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줘야죠."
- 주식 투자자 25명의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한: "저희가 투자 심리 실험에 참여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참여자 모집 공고를 올렸거든요. 근데 공고를 올리자마자 일주일 만에 241명이 참가신청을 했어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저희가 성별, 연령대별, 투자 시기와 규모별 등으로 세분화해서 25명을 엄선해서 뽑은 거예요. 참가자들이 주식 투자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시청자들이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서 25명의 출연자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많은 이유가 잦은 거래 때문이라고 나오더라고요.
한: "이게 바로 처분 효과 때문인데요. 저희가 자본시장연구원의 재미있는 보고서를 봤거든요. 국내 최초로 20만 4004명의 계좌를 분석해서 사람들이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 투자 행태를 분석한 보고서예요. 그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실 회피 성향이 있어서 손실이 난 주식은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너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게 지긋지긋하다 보니까 원금이 딱 회복되는 순간 매도하게 된다는 거예요. 반면 수익이 나고 있는 주식은 하락할지 모르니 바로바로 매도하면서 잦은 매매를 하게 되는 거죠. 결국 우리가 놓치는 거래세 등의 비용이 누적되죠. 아이러니하게도 손실을 피하려는 행동이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 매도 타이밍도 중요할 것 같아요.
한: "맞아요. 근데 우리가 그 타이밍이라는 걸 알 수가 없죠. 주가라는 게 개인의 기대 심리도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타이밍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문가라고 해도요. 저희가 다큐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건, 주식은 결국 이런 타이밍보다 내가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투자해야 되는지였어요. 공포나 기대가 반영되는 순간 원래 세웠던 기준들은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기존의 주식 관련된 방송들은 '이때 파세요.', '이때 사세요' 하면서 그 타이밍을 알려준다든가 종목을 추천해 주잖아요.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말하고 싶었죠."
- 2부는 네덜란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17세기 네덜란드가 세계 금융의 중심이었다고요?
이: "단순히 돈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의 설계도'를 그린 나라라고 보시면 됩니다. 1602년에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세워졌고, 주식을 사고파는 시스템이 처음 만들어졌거든요. 재밌는 건 당시 금리입니다. 일반적인 대출 금리가 3% 정도였대요. 당시 왕들이 빌리던 금리가 30%를 넘었으니, 지금으로 치면 돈이 넘쳐나는 엄청난 '저금리 시대'였던 거죠. 이런 풍부한 유동성에 '선물거래' 같은 신기술이 더해지니, '튤립 광풍'이라는 인류 첫 번째 버블이 탄생할 수 있는 완벽한 '판'이 깔렸던 셈입니다."
- 튤립이 왜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에 비유되는 걸까요?
이: "둘 다 '희소성'이라는 마법에 걸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튤립은 그냥 꽃이지만, '내일은 더 비싸질 것'이라는 믿음이 붙으니 집 한 채 값이 됐거든요. 실체가 모호한 대상에 대중의 열광이 옮겨붙는 건 17세기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투기적 광기'가 작동하는 원리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주희 PD
EBS 홍보부
- 튤립은 그냥 꽃이지만, '내일은 더 비싸질 것'이라는 믿음이 붙으니 집 한 채 값이 됐다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튤립은 시간 지나면 다시 시들텐데요.
이: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꽃은 금방 시들고 맙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집 한 채 값을 걸고 거래한 건 며칠 살다 죽는 '꽃'이 아니라, 그 꽃을 매년 다시 피워낼 수 있는 구근(알뿌리)이었습니다. 여기서 튤립이 투기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나오는데요, 바로 '자가 증식'입니다. 튤립은 다년생이라 구근만 잘 보관하면 매년 꽃을 볼 수 있는데, 더 중요한 건 땅속에서 어미 구근 옆에 새끼 구근들이 저절로 생겨난다는 점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구근 하나를 사두면, 시간이 지났을 때 자산이 썩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두 개, 세 개로 늘어납니다. 마치 가만히 둬도 새끼를 치는 '복리 상품'이나 다름없었던 거죠. 나중에는 아예 실물 구근은 보지도 않고 선물 계약서로만 거래하는 단계까지 가면서 거품이 폭발한 것이죠."
-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가면을 쓰고 참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사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이유였어요. 출연자들이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가면을 씌워놓고 보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가면을 벗은 건,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습니다."
- AI 광풍에서 버블을 피하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저 같은 문외한이 투자 조언을 할 수는 없겠지만, 프로그램을 만들며 느낀 건 하나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예요. 닷컴 시절에 세상을 바꿀 것 같던 야후나 넷스케이프는 사라졌지만, MS나 구글이 살아남아서 오랫동안 인터넷 세상을 리드하잖아요. 지금 1등이라고 해서 끝까지 1등이라는 법은 없더라고요. 너무 들뜨지 말고,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없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게 평범한 우리들에겐 최선의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한: "저는 투자를 잘 안 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20대부터 60대까지 많은 사람들의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어쩌면 진짜 투자 공부를 시작해야 할 시대라는 게 체감이 됐어요. 우리가 사실 학교에서 수요 곡선이 어떻고 공급 곡선이 어떻고 이런 걸 배웠지만, 우리의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나에게 지금 필요한 금융 공부는 무엇인지 우리는 배운 적이 없거든요. 이 방송을 시작으로 많은 분이 금융 공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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