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LA FC)의 친정팀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결국 8개월 만에 또다시 '감독 경질' 카드를 꺼내들었다.
11일(한국 시간) 토트넘은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오늘 팀을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일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1대 2 패배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프랭크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구단과 소통하고 있다며 "다음 경기인 아스널전에서도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을 1000% 확신한다"고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는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만에 프랭크 감독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토트넘과의 동행은 한 시즌도 마치지 못하고 조기 종료됐다.
덴마크 출신의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만난 마지막 감독이었다. 지난해 6월,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고도 경질된 엔지 포스테코글루(호주) 감독의 후임으로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해 8월에 미국 MLS로 이적한 손흥민과는 공식 시즌을 치르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에서 손흥민의 '토트넘 고별전'을 함께하며 "소니는 10년동안 토트넘에서 최고의 선수였다"고 예우한 바 있다.
프랭크 감독은 덴마크에서 선수생활을 보내고 20대부터 자국 클럽과 대표팀에서 유소년 전문 지도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2013년부터 자국 명문클럽 브뢴비 감독을 역임했고, 2018년에는 잉글랜드 브렌트포드의 수석코치를 거쳐 사령탑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브렌트포드 부임 3년 차인 2020-2021시즌 승격플레이오프에서 구단을 무려 74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 업적을 세웠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최근 4시즌간 13-9-16-10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언더독'이던 브렌트포드를 리그 중위권 팀으로 안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프랭크 감독 부임 당시 토트넘은 전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17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했지만, 정작 리그에서는 무려 22패를 당하며 17위에 그치는 PL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고심 끝에 감독교체를 결정했고, 프리미어리그 중소클럽에서 전술적 능력과 유망주 육성능력을 인정받았던 토마스 감독을 선택하여 팀 쇄신에 나섰다.
토트넘은 프랭크 감독에게는 지금까지의 지도자 경력에서 맡았던 가장 빅클럽이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도 프랭크 감독에게는 첫 경험이었다. 구단은 프랭크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비 시몬스와 모하메드 쿠두스,주앙 팔리냐와 랑달 콜로 무아니, 겨울이적시장에서는 코너 갤러거와 주앙 빅토르 소우자 등을 잇달아 영입하며 엄청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우려한대로 프랭크 감독은 토트넘에서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팀 전력의 핵심인 손흥민의 이적과, 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의 장기부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큰 전력손실을 겪었다.
시즌의 2/3를 소화한 가운데 토트넘은 리그에서 7승 8무 11패, 리그 16위에 처져 있다. 강등권인 18위 웨스트햄과 승점 차는 불과 5점 차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리그 10경기에서는 1승 4무 5패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었다.리그 승률 26.9%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토트넘 정식 감독 가운데 최악의 승률이었다.
그나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기대보다 선전 중이었다. 리그 페이즈를 4위로 마감 후 16강 본선에 직행했다. 이 역시 지난 시즌 리그에서 부진하고 유로파리그에 올인하여 우승트로피까지 들어올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행보와 흡사하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때와는 달리, 프랭크 감독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사실 토트넘 보드진은 프랭크 감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임하고 싶어했지만, 선수단 장악 실패와 악화된 팬심이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았다.
개성이 강하고 다양한 국적의 스타급 선수들이 많은 토트넘에서 프랭크 감독을 선수단을 장악하고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리그 10라운드 첼시전 패비 이후 미키 판더펜과 제드 스펜스가 팬들에게 인사하라는 프랭크 감독을 지시를 대놓고 무시하고 지나가는 '감독패싱' 논란이 대표적이다.
브렌트포드 시절에 강점으로 꼽혔던 전술적 유연성도 토트넘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프랭크 감독은 토트넘에서 여러 가지 전술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팀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지 못했다. 영국 현지언론에서는 감독의 전술과 경기운영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성적부진이 계속되며 프랭크 감독을 토트넘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봉착했다. 특히 홈경기 승률이 최악이었던 탓에 프랭크 감독은 안방에서 홈팬들에게 더 큰 야유와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프랭크 감독이 하필이면 토트넘의 최대 라이벌 구단인 아스널을 높게 평가하며 호의적인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인 것도, 토트넘 팬들의 심기를 더욱 건드리며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프랭크 감독은 최근 아스널 엠블럼이 새겨진 커피잔을 사용하는 장면이 포착되며 더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프랭크 감독이 평소에도 아스널의 전술과 경기력을 자주 극찬하면서 비교대상이 된 토트넘 선수들이 질색을 했다는 라커룸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려졌다.
토트넘은 지난 2014년에 부임해 손흥민, 해리 케인 등과 함께 챔스 결승 진출, EPL 준우승 등의 업적을 세우며 5년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이후로는 안정적으로 장기집권한 사령탑이 없다. 주제 무리뉴 감독,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 포스테코글루, 프랭크까지 등 여러 유명 감독들이 팀을 맡았지만 평균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전원 경질 되며 '감독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토트넘은 오는 22일 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널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강등 위기 속에 사령탑 공백까지 발생한 토트넘은, 과연 누구에게 새로운 지휘봉을 맡기며 이 난국을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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