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 머시: 90분> 스틸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는 AI의 냉혹함을 비판적으로 그리기 위해 극단적인 설정을 취했지만, 역설적으로 관객은 "그렇다면 인간 판사는 완벽한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 재판관은 앞서 언급한 생리적 요인(배고픔)뿐만 아니라, 인식의 한계, 정치적 성향, 편견, 나아가 개인적 부패와 오염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AI는 적어도 이러한 인간적 흠결에서는 자유롭다.
사법 영역의 본질이 결국 '증거(Fact) 싸움'이라면, 감정을 배제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 있어서는 AI가 인간보다 훨씬 유능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증거 조작'의 문제 역시, 증거가 완벽하게 조작되었다면 인간 판사 또한 오심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AI만의 결함이라 보기 어렵다. 철학적으로는 '사실(Fact)보다는 '진실(Truth)을 찾아야 하지만, 현실의 얘기는 아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진실이라는 확신이 더 무서울 때도 있다.
따라서 영화는 일종의 우화로 이해해야 한다. 오히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건설적인 시사점은, AI 판사에 대응해 피고인을 조력할 AI 변호사를 도입하여 데이터 분석의 균형을 맞추는 사법 체계의 유효성이 아닐까.
스릴러의 외피를 쓴 철학적 질문
<노 머시: 90분>은 90분이라는 러닝타임(영화 속 시간과 실제 상영 시간이 일치하는 리얼타임 구성) 동안 관객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오락 영화다. 크리스 프랫의 인간적 절박함과 레베카 퍼거슨의 기계적인 냉담함의 대비가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남는 것은 결국 질문이다. 메시지가 현실을 치받는다. 효율성을 위해 사법의 권한을 어디까지 기술에 이양할 것인가. 데이터가 보여주는 '경향성'이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확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가. 또는 어쩌면 편견투성이 인간보다 AI 법조인이 더 인간적일 수 있지 않은가.
실제로 영화에서 AI 판사는 더할 나위 없이 인간적이었다. 영화로 만든 윤리학이었다. 4일 개봉.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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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세계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