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네프의 연인들포스터
M&M 인터내셔널
두 작품의 시대적 유효함에 대하여
분명한 것은 두 영화가 이 시대에는 다시금 제작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사실이겠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보여준 미셸 공드리의 연출법은 매우 유명하다. 특수효과를 배제하고 아날로그적 질감을 살리려는 그의 집요한 연출은 인물의 기억 속에서 실시간으로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들을 특별하게 표현한다. 조명과 소품, 카메라 움직임의 기만적 활용은 물론이고, 미리 만든 집 등 세트를 실시간으로 아예 부숴버리는 시도까지가 그를 가능케 한다.
<퐁네프의 연인들>도 마찬가지다. 제작기간이 무려 5년여가 걸린 이 작품은 제작비 상당부분을 아예 다리를 만드는 데 썼다. 실제 퐁네프 다리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영화를 촬영할 수 없자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대신 아예 다리와 주변 공간을 직접 만들기로 선택한 것이다. 길이 100미터, 폭 15미터의 퐁네프 다리 세트를 만들었고, 이를 위해 건축가며 조각가 등 수많은 이들의 조력을 받아야 했다. 다리 아래엔 센 강과 마찬가지로 보이도록 땅을 파고 물을 채웠다. 심지어 수심까지 15미터 이상으로 맞췄다는 건 집요함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제작자 중 3명이 파산하기까지 했다는데, 예술혼에 불타는 당대 프랑스 영화계가 아니었다면 그 선택을 비합리적 광기라 이해했을 법하다.
2026년 한국은 이와 같은 풍토와 정 반대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의 정점에서 AI기술이 온 세상을 변혁하고 있고, 한국은 그에 뒤처질 세라 전 국민적 변화를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뒤따르는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쇼츠며 릴스로 대표되는 알고리즘 추천영상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뇌를 자극하는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만을 반복해 수용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일에 점점 더 둔감해지고, 아날로그가 표상하는 실재에 대한 집착을 무용하고 불필요한 일로 받아들인다. 예술, 또 영화가 선 토양이 이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이 같은 흐름 가운데서 아날로그에 대한 집념, 단 한 장면을 위해 자본과 효율의 논리를 넘어선 이들 작품을 선보인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진실의 재현은 진실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디지털의 철학적 해석이다. 그러나 아날로그는 달리 말한다. 그 자체로 진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날로그다. 아날로그적 미학을 알아보는 이들이 아직 세상엔 남아 있다. AI와 알고리즘이 디지털적 재현을 무차별적으로 감행하며 문명의 미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아날로그를 향한 향수를 느끼는 관객들의 존재는 어쩌면 인류의 희망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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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