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팅 빈 모든 방>의 한 장면.
넷플릭스
그들이 하는 작업은 단순하다. 학교 총격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을 찾아가, 아이가 살아생전 사용하던 방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면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다. 영화 역시 구조적으로 단순하다. 몇 차례의 기록 작업을 따라다니며 촬영했을 뿐이다. 단편임에도 화면에는 넓은 여백이 흐르고, 그 여백은 놀라울 만큼 높은 밀도를 만들어낸다.
중요한 것은 그 이면이다. 하트먼은 이 작업을 통해 '미국'을 다시 비추고자 한다. 학교 총격 사건에 무뎌진 미국, 선정주의와 교훈주의에 길들여진 미국, 총기 규제가 정치적 논쟁으로만 소비되는 미국을 말이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침묵'이다.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 그것도 텅 빈 방을 보여줌으로써 누구보다 강렬한 발화를 시도한다.
오스카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조슈아 세프텔 감독의 정교하고 절제된 연출도 돋보인다. 그는 하트먼의 문제의식과 태도를 한 치의 과장 없이 전달하며, 불필요한 자극을 철저히 배제한다. 그 결과 텅 빈 공간 자체가 말을 건네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텅 빈 방에 서게 한다면, 세상은 달라질까
<텅 빈 모든 방>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2026년3월 15일에 개최될 예정) 단편 다큐멘터리상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되며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텅 빈 방을 기록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역설적으로 학교 총격 사건이 늘어날수록 더욱 고통스러워지고 있다고 한다. 사건은 점점 더 빠르게 잊히지만, 이제 그 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트먼은 말한다. 모든 미국인을 단 몇 분만이라도 그 텅 빈 방에 서 있게 하고 싶다고.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지금과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고. 이 프로젝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미국 사회를 보다 인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기억과 추모는 흔히 개인의 몫으로 치부된다. 개인이 겪은 비극은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한 비극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 된다. 미국의 학교 총격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역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지나치게 빈번하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렇게 조용하지만 단호한 기억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