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왼쪽), 임현정
CAM, 감성공동체 물고기자리
음원 차트는 오랫동안 신곡들의 전쟁터가 되어 왔다. 빠른 속도로 신작이 쏟아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이내 또 다른 신곡으로 이동한다. 그런 와중에도 발매된 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지난 음악이 특정 계기를 통해 재조명 받으며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는 이른바 '역주행' 현상은 이제 가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2024년 데이식스, 지난해 우즈가 대세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역주행 인기에 힘입은 결과였다. 그리고 2026년 1~2월의 음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주인공은 인기 유튜버이자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 그리고 관록의 가수 임현정이다.
5년전 발매했던 음원이 OTT 연애 예능 BGM으로 활용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가 하면(카더가든) 극장가를 휩쓰는 맬로 영화 속 삽입곡으로 재등장해 23년만에 다시 주목받고(임현정) 있다.
역주행으로 재조명된 카더가든
▲카더가든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 공식 라이브 영상
CAM
약 두 달에 걸친 화사의 'Good Goodbye' 흥행 행진을 멈춰 세운 곡이 등장했다. 각종 음원 순위 1위에 오른 이 노래 역시 공교롭게도 역주행을 통해 재조명된 작품이다. 바로 카더가든이 2021년 발표한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다.
원래 이 노래는 그의 미니 2집 <부재>의 1번 트랙으로 소개되었지만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OTT 티빙의 인기 프로그램 <환승연애4> 정원규·박지현 커플의 주요 서사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되며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했고, 곡은 순식간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는 개인 유튜브 채널과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출연을 통해 웃기는 예능인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었던 카더가든의 본래 모습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냈다. 동시에 1970년대 미국 음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블루 아이드 소울(Blue Eyed Soul) 장르가 2026년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미니홈피 인기 BGM의 부활
▲임현정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특별 라이브 영상
감성공동체 물고기자리
'역주행 인기'라는 표현 보단 '재진입 인기'가 더 적합해 보이는 임현정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었다. 과거 '첫사랑'(1998년),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2003년) 등의 음악을 통해 노래방과 싸이월드 미니홈피 인기 BGM으로 널리 사랑 받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에겐 그저 추억 속 가수처럼 인식됐다.
그런데 올해 초 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만약에 우리> 속 메인 테마곡으로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 활용되면서 이 노래를 미처 알지 못했던 젊은 세대와 2000년대 한창 미니홈피 꾸미기에 열을 올렸던 3040세대 모두의 가슴을 울리고 만 것이다.
지난해 정규 6집 < Extraordinary >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한 임현정은 뜻밖의 인기에 화답하듯 최근 멜로망스 정동환, 베테랑 베이시스트 민재현 등과 작업한 특별 라이브 클립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래가 지닌 힘
▲티빙 '환승연애4', 영화 '만약에 우리' 포스터
CJ ENM, 커버넌트 픽처스
최근의 역주행 인기곡들이 대개 SNS 숏츠 영상 혹은 유튜브 클립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탔다면, 카더가든과 임현정의 사례는 OTT 예능과 극장이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영상 매체를 통해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대중들의 반복 재생을 유도하는 건 결국 그 노래가 갖고 있는 힘에 기인한다. 다소 진부한 결론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어떤 음악이 수개월 혹은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살아나는 것 자체가 끈질긴 생명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계산된 방식으로 완성된 케이팝이 대세를 장악한 요즘이지만 때론 사람들은 투박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를 찾곤 한다. 그 멜로디가 외부적인 서사 및 계기와 결합될 경우 예측불허의 역주행이 시작되고 인기 순위 속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들의 돌풍을 그저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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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가든·임현정이 만든 '역주행' 인기, 이번엔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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