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정의의 사람들> 공연 사진
(주)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함께 호흡하는 동지들
김준식은 "스테판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는 야네크와 닮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이어 "감옥에 가기 전에는 도라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정도 쌓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감옥에 다녀온 이후로 스테판의 삶은 달라졌다. 스테판은 거사를 위해 마음의 문을 단호하게 닫았지만, 주변 인물들은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망가진 스테판을 향한 동지들의 사랑이 계속 쌓인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스테판이 그토록 던지고 싶어했던 폭탄을 도라에게 양보할 수 있을 정도의 동지애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조직을 이끄는 야넨코프가 스테판에게 "네가 대장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김준식이 가장 울컥하는 장면 중 하나였다고. "그런 세상이 올 수만 있다면 너나 나 같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스테판의 말에 "우리는 그 무엇"이라고 반박하는 야네크의 대사도 마음을 울린다고 고백했다.
김준식은 원캐스트인 데 반해 야네크(정지우·이서현)와 야넨코프(이정화·이예준)는 더블 캐스트다. 호흡을 맞추는 동료 배우에 따라서도 받는 느낌이 다르다고 밝혔다. 극의 후반부에 이르러 거사를 위해 떠나는 야네크를 보내주는 스테판의 심정에 대해 "(정)지우의 야네크를 보고 있으면 진짜 보내기 싫은 동지를 보내는 느낌이어서 짠하다. (이)서현이의 야네크에게서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화의 야넨코프에 대해서는 "차갑고 냉철한 눈빛 속에서 고장난 스테판의 마음에 붕대를 감아주는 게 느껴진다. 스테판은 계속 붕대를 풀어내야 하는데,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예준의 야넨코프와 호흡을 맞출 때는 스테판이 야넨코프에게 호소하는 장면에서 "마음 속으로 '형, 그래도 해야 하잖아, 알잖아!' 하고 부르짖으며 호소하고자 하는 충동이 생기기도 했다"며 각기 다른 매력을 설명했다.
특히 이정화는 연습 과정에서 "스테판은 푸른 불꽃"이라고 표현하며 김준식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김준식은 "과거의 스테판이 빨간 불꽃이라면, 감옥에서 나온 스테판은 꺼졌다 다시 피어오르려 하는 푸른 불꽃이라는 누나의 말씀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더해 "김수로 대표님과 김결 연출님이 고전을 대하실 때 인물 하나하나의 삶을 깊게 보시고 살려주시려고 한다"고 작업방식을 설명한 김준식은 "덕분에 짧은 대사에서도 인물의 삶이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극 <정의의 사람들>에 출연 중인 배우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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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이 전하는 고전의 매력
<정의의 사람들>은 연극의 고전으로 여겨진다. 김준식은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하던 시절부터 고전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전했다. 캠퍼스 내에 있는 노천극장에서 혼자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연기해보기도 했을 정도다. 그런 만큼 <정의의 사람들>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고, 이 고전이 오늘날 던지는 화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삶의 끝자락에서 세상을 향해 정의, 혁명, 인류애를 외치는 연극이에요. 그것도 자기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요. 김수로 대표님께서 고전이 지금 여기에서 왜 실연되어야 하는지 강조해주세요. 그 말씀을 <정의의 사람들>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누구보다 내가 중요해진 시대에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계속 보여진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한 세기 전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거리감을 좁히는 노력도 필요했다. 그는 "<정의의 사람들>은 연기의 테크닉만으로 다 이루어질 수 없는 작품이다. 머리가 아니라 피부로 작품의 공기를 느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많은 노력을 거듭했다고 밝힌 김준식은 "피부에 와닿았을 때 '와, 됐다' 하기보다는 숙연해지고 짠해졌던 기억이 있다"고 고백했다.
김결 연출가는 배우들에게 연기를 통해 정면돌파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특히 "공연이 끝날 때까지 파던 땅을 계속 파라"는 지시는 김준식으로 하여금 <정의의 사람들>이 "공연을 할수록 더 깊어지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내 모습을 더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 되도록 만들었다. 김준식은 "나를 온전히 만족시키는 작업을 하자고 다짐하며 <정의의 사람들>로 올해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장화를 그릴 때의 이야기를 배우 생활의 이정표로 삼고 있어요. 제자가 보기에 천장화가 완성된 것 같은데 미켈란젤로가 구석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대요. 그래서 제자가 '아무도 모릅니다' 하고 말하자 미켈란젤로가 '내가 안다'고 답했다는 거예요. <정의의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며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몸소 느끼고 있어요. 저를 모질게 몰아붙이며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사랑하면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김준식의 2026년을 연 연극 <정의의 사람들>은 2월 22일까지 공연된다.
▲연극 <정의의 사람들>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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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준비하며 찾은 서대문형무소, 공연 중 돌연 눈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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