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놀면 뭐하니? > 한 장면.
MBC
이런 태도는 꾸준히 출연 중인 MBC < 놀면 뭐하니? >에서도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된다. 지난 17일 방영된 동호회 콘셉트의 '쉼표, 클럽 겨울 정모'의 한 장면. 정모 회원들로 분한 유재석, 하하, 주우재, 정준하, 허경환은 한 카페에 앉아 각자의 닉네임 변경 요청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허경환은 이것저것 던져보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잠시 말을 흐리며 "빨리 닉네임을 정해주셔야 땀이 멈추는데..."라고 덧붙인다. 결국 '잔땀'이라는 닉네임이 붙고 나서야 웃는 그의 모습은, 화면 밖의 우리 또한 긴장을 풀고 슬며시 웃게 만든다.
그는 장면의 중심에서 캐릭터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이미 형성된 분위기 안에서 공감의 한마디를 더하거나 자신의 말을 아끼는 쪽을 택한다. 웃음을 키우기보다는 장면이 과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쪽에 가깝다. 여러 회차에 출연하며 한 회 한 회 자신의 몫을 다하려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한 방의 큰 웃음은 아니지만 그의 균형을 향한 '애씀'은 화면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웃음을 위해 과장된 감정이 소비되는 순간보다, 그 감정이 현실과 어긋나는 지점에서 한 번 멈춰 서게 만드는 것이다.
허경환은 타인을 비하해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꾸짖는 사이다 발언을 남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선을 넘는 농담에 잠시 움찔하다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한마디를 보태거나 자신의 유행어 중 하나를 던지며 화제를 전환시킨다. 웃음을 폭발시키기보다, 웃음이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돌아보게 한다.
튀는 자만 살아남는다고 여겨지는 예능판에서, 그는 상대적으로 덜 소모되는 방식으로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몇몇 제작진이 허경환에게 '꽂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렵게 쌓아 올린 이미지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던 이들이 하나둘 방송에서 사라지는 요즘, 별탈 없이 무사하게, 그러나 괜찮은 정도로 남아 있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나락'가는 예능인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지친 시청자들 역시 허경환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기 시작했다. 허경환은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가 스스로의 잘난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작금의 분위기와 맞물린 결과라는 점까지도 인지하고 있다.
목요일을 비워놨다는 허경환. "(놀면 뭐하니에) 고정 됐다 치고 완 투"를 외치는 그의 고정 멤버 고군분투기가 < 놀면 뭐하니? >에, 그리고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 어떤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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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우리의 힘을 믿으며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읽고 쓰는 사람. 미국 동부에 머무르며 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