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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울려 퍼진 '찬양', 이 영화의 미덕과 아쉬운 점

[리뷰] 영화 <신의 악단>

26.01.20 17:15최종업데이트26.01.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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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의 악단>의 스틸.
영화 <신의 악단>의 스틸.CJ CGV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신의 악단>의 흥행몰이가 심상치 않다. 개봉 3주 만에 46만 관객(20일 기준)을 동원했다. 영화는 1994년 칠골교회 위장 부흥회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졌다. 블랙코미디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북한의 냉혹한 현실, 그 속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의 찬양이 어우러져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서사는 그리 새롭지 않다. 영화는 1994년 당시 북한은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목사를 초청해 대대적으로 부흥회를 연 '가짜 부흥회'를 참고했다.

당시 북한은 당성이 강한 보위부 요원, 엘리트 예술단원, 간부 부인들을 모아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신자들을 급조해 부흥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매체에 이 부흥회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일부에선 북한의 '신앙'을 두고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남한의 기독교계는 북한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가 대외 선전용 교회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주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리다 보면 북한의 신앙인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는 이런 변화를 향한 기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영화 속 '가짜 신도'들은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더욱 철저히 기독교를 공부하고 통성 기도를 한다. 이 과정에서 찬송가 가사를 외우던 신도들의 내면에 '신앙'이 생겨난다.

영화에서는 주연 박교순(박시후 분) 소좌와 그의 라이벌 김태성(정진운 분) 대위의 변화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당을 위해서라면 부모와 친척마저 밀고하고 죽이는 데 주저함이 없던 박교순에게도 자유의 혼이 깃들었다. 기독교인들을 철저히 색출해 죽이려 한 김태성조차 '광야'라는 찬양을 부지런히 연습하며 가슴속 얼음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한다.

 영화 <신의 악단> 스틸.
영화 <신의 악단> 스틸.CJ CGV

웃음과 음악, 그리고 종교의 새 얼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종교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는 북한 사회를 그리면서도 너무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게 전개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물들의 기상천외한 행동들과 상황 설정은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이 영화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음악이 가진 보편적인 호소력을 잘 살려낸 부분이다. 영화 내용 중에는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라는 찬송가와 '은혜'와 '광야' 등의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현대 기독교 음악)이 나온다. 전형적인 기독교 찬양이면서도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울림을 주는 노래들이 아닌가 싶다.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이 영화가 북한 사회를 너무 부정적으로 그리기에 남북 화해에 이바지하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것 같아서다. 북한에서 '종교'는 철저히 선전용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도 속단하긴 어렵다. 최재영 목사의 책(<북녘의 교회를 가다>, <북녘의 종교를 찾아가다>)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국제 사회의 외교적 고립을 피하려 1990년대 이후 교회와 사찰, 성당 등 종교 시설을 건립했다. 평양 장충 성당과 함북 금호성당, 러시아정교회 소속인 평양 장백동 정백교회, 평양 정릉사와 광법사 등이 대표적이다.

최 목사는 러시아 정교회 소속 정백사원(성삼위일체성당)의 사제들은 러시아 정교회 신학교에서 2년간 교육받고 실습 훈련까지 마친 뒤에 교회 사제로 일한다고 밝혔다. 다른 종교 시설의 성직자들도 해당 종교에 대한 연구 과정을 거쳐 일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 목사는 북한에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외에도 500여 개에 달하는 가정교회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만 보고 북한의 모든 종교가 '가짜'라 단정할 수는 없다. '진짜와 가짜'라는 단순 구분과 논리만으로는 북한 종교의 실체에 제대로 접근하기도, 파악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 속에서 신앙이 형성되고 유지되는지이다.

사실 어떤 종교나 신자이든 '과정' 속에 존재하게 마련이다. 위장 신자였다고 해도 그 안에서 진정한 신앙이 생겨날 수도 있고, 몇 대째 신자라 해도 실은 그 속에 아무런 믿음이 없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바로 잡아야 할 잘못 알려진 상식이 있다. "기독교를 박해하던 '사울'이,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인 뒤 '바울'로 개명하여 사도로 변했다"는 말이다. 신약성경 사도행전에는 '사울'이란 이름으로 나오던 청년이 예수를 믿은 뒤 '바울'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그 내용을 읽고 "사울이 변해 바울이 됐다"는 많은 오해가 생겨났다. 바울은 길리기아 다소 출신의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다. 해외 교민들의 이름이 한국식 이름과 해당 나라의 이름, 두 가지를 쓰는 분이 많듯이 바울도 두 가지 이름(유대식 이름과 로마식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다. 즉 사울이 회개한 뒤에 '바울'로 개명한 게 아니다.

영화 <신의 악단> 포스터 작년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신의 악단> 포스터
영화 <신의 악단> 포스터작년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신의 악단> 포스터CJ CGV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신의악단 박시후 정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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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