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우스메이드> 스틸 이미지.
㈜누리픽쳐스
지난해 해외에서 개봉했을 때 평가의 키워드는 반전이었다. 보도자료를 통해 전한 해외 언론의 평은 '예측 불가능한 전개'에 초점이 맞춰졌다. "아슬아슬하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스릴러에 기대하는 모든 걸 갖췄다"(프레쉬 픽션) 같은 게 대표적이다.
<하우스메이드>의 반전은 결말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식스 센스>식이 아니다. 관객이 "아, 이제 알겠다"라고 안심하는 순간마다 영화는 새로운 진실의 조각을 던지며 판을 뒤흔든다.
페이그 감독은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서 보여준 특유의 위트와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윈체스터 저택의 웅장한 나선형 계단과 높은 천장은 인물들을 압도하는 권력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반전이 드러날 때마다 이 공간은 인물을 가두는 감옥 혹은 그들이 탈출해야 할 미로로 재정의된다. "밝은 햇빛 아래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을 포착한 존 슈워츠먼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화려한 미장센 뒤에 숨은 불온한 기운을 날카롭게 잡아낸다.
하녀의 역습과 계급적 카타르시스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는 '하녀'라는 존재를 취급하는 방식에 있다. 고전적인 하녀 서사에서 신분 상승의 도구는 주로 '섹슈얼리티'나 '비밀 공유'였다. 하지만 <하우스메이드>의 밀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위치(가정부)를 오히려 자신의 패를 숨기는 완벽한 가면으로 활용한다.
이상적인 남편으로 보이는 앤드루(브랜든 스클레너)와 밀리, 니나 사이의 삼각 구도는 영화 중반 이후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른다. 세 사람의 관계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짜릿한 해방감은 이 영화의 지향이 평범한 서스펜스가 아니라, 억눌린 자의 통쾌한 반격임을 증명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와 영웅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교체되는 과정은 관객에게 넘치는 도파민을 선사한다.
테일러 스위트프의 'I Did Something Bad'를 비롯해 사브리나 카펜터, 라나 델 레이 등 당대 최고 팝 아티스트들의 곡을 배치한 사운드트랙은 이 영화가 무거운 정통 스릴러의 문법에 머물지 않음을 방증한다. 화려한 캐시미어 의상과 낡은 중고 옷의 대비, 완벽한 대칭 구조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아름다움 아래 도사린 위험"이라는 테마를 감각적으로 완성한다.
영화 <하우스메이드>는 관객의 고정관념을 이용해 관객을 속이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김기영과 임상수의 <하녀>가 보여준 계급의 비극과 공포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혹은 기억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선사하는 전복의 카타르시스는 각별하다. 반전 스릴러를 넘어, 여성 캐릭터의 연대와 전복, 그리고 인간의 이중성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뜨겁고 섹시한 서스펜스 영화다.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다는 것. 28일 개봉.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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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세계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