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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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행위의 일부를 전담하고 수수료를 떼어먹는 타쿠야와 마모루가 대단한 프리랜서일 리가 없다. 범죄를 설계한 범죄조직이 있고 이들은 피해자에게 노출되는 말단일 뿐이다. 범죄조직에서 번듯한 미래가 있을 리도 없다. 피해자를 제대로 낚아내면 꽤나 큰 돈을 만질 수가 있지만, 어디다 자랑스레 꺼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머리 큰 타쿠야가 은근히 다른 생각을 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는 타쿠야가 큰 일에 휘말린 뒤 급변하는 이야기를 뒤쫓는다. 소소한 범죄행위로 일상을 꾸리던 이들의 삶이 한 순간에 흔들리고 마모루의 시선에서 타쿠야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영화는 타쿠야를 친형처럼 따르는 마모루를 시작으로, 타쿠야, 다시 그를 조직으로 이끈 카지타니(아야노 고 분)의 시선으로 옮겨가며 이들의 결코 잊지 못할 이야기를 풀어낸다.
진짜 어리석은 건 누구인가
영화는 타쿠야와 마모루, 카지타니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걸 보인다. 사회적 약자를 노려 호적을 사고 그 삶을 더 못한 곳으로 밀어 넣는 이들에게도 우정과 양심, 의로움과 용기가 없지 않다. 그런데 그들은 범죄조직의 일원이고 다른 누구를 해하기도 하는 것이다.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말하며.
처음엔 그저 핑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삶이란 언제든 다른 길이 있는 게 아니냐고. 너의 선택으로 네가 오늘 그 자리에 선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우리는 정말 다른 누구의 사정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세상엔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적어도 그와 가까웠던 사정들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라도 그들과 달리 할 수 없었을 사정말이다.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미덕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던 이들의 삶을 우리 눈앞에 던져두고 이해하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그들의 사정을 보며 우리는 우리가 돌보지 않고, 심지어 배제하고 배척한 이들이 실은 우리와 같거나 더 나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적어도 그들이 딱한 처지에 처한 게 오로지 그들이 못난 까닭이라 말할 수는 없겠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어리석은 자'가 누구인지도 오랫동안 되묻게 된다. 영화의 세 주인공 타쿠야와 마모루, 카지타니는 비극과 희극, 영화 속 전개와 결말에 어떤 책임을 가지고 있는가. 그들, 또 이들 주변의 인물들 중 누가 어리석은 자인가. 처음엔 쉽게 답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질문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토록 간단하지 않은 탓이다. 낙오시켜선 안 될 것을 낙오케 하는 세상이, 그조차 외면하는 우리가 어쩌면 가장 어리석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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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