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포 낫씽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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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튼 영화 속에서 같이 노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이 몰려 다니게 된 청년들이다. 한참을 별다른 전개 없이 이들의 일상을 잡던 영화는 말 그대로 초점이 없는 듯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러다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어느 순간에 대어놨던 차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로부터 빚어지는 불온한 상황들, 또 서로를 대하는 성숙하거나 성숙하지 못한 자세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정서들이 생겨난다.
영화는 차를 잃었다가 도난 됐던 차량을 우연히 발견하고 다시 그를 찾는 친구들의 모습, 그로부터 복원되는 일상까지의 이야기다. 제 탓이 아님에도 책임감을 갖는 아이들의 모습으로부터 내면의 좋은 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작가적 시선이 분명히 서려 있다. 대단치는 않아도 좋은 것이 좋은 것과 만나 더 좋은 것이 되는 이야기, 꼭 아주 극적이거나 대단한 것만 영화가 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지난해 만난 여러 영화인들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했다. 제작지원을 받기 위해 기존 작품의 소위 먹히는 레퍼런스를 무비판적으로 차용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독자적 특징이 자가검열되고 소실된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개봉하는 영화들의 면면이 그러해서, 데뷔할 때만 해도 그나마 약간의 자질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들이 도저히 가망 없는 범작을 발표하는 모습도 수차례나 반복해 확인했다. 도대체 왜 자기만의 색깔을 지키며 성장하는 작가가 보이지 않는 거냐는 물음을 속으로만 삼킨 때가 잦았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의 말처럼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체계, 또 문화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일까를 되묻게 된다.
<굿 포 낫씽>의 시선은 분명 흥미로운 구석이 없지 않다. 그러나 오늘의 미야케 쇼를 떠올리면 그만큼 특별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그는 성장했다. 단편을 만들어 받은 상금으로 장편을, 다시 그 장편이 인정받아 얻은 돈과 제작지원을 더해 차기작을 만들어갔다. 한국에선 그렇게 성장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작가가 거의 없지는 않은가. 그나마도 자질이 보이면 OTT용 작품을 만드는 그렇고 그런 감독이 되고 마는 것이 지난 수년 간 반복돼온 한국의 현실이다.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김기덕, 김지운, 홍상수와 같은 재능이 더는 나오지 않는다는 편한 비판 뒤에서 그만한 이들을 벌써 20년 넘는 시간 동안 길러내지 못한 문화를 돌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
▲굿 포 낫씽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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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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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계 부활, 한국에선 왜 이런 신인 감독이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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