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뉴스타파> ‘철탑 위에 아직, 사람이 있다...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편의 한 장면
뉴스타파
- 실제로 고공농성 현장인 철탑에 오르셨잖아요.
"밑에서 통화했을 때는 철탑 위에 좁은 통로 밖으로 나와 있는 고진수씨만 보여요. 아래에서 고 지부장 보면 그래도 철탑 위에 서 있을 수도 있고, 사람이 300일가량 버틸 수 있는 공간인가 보다고 저 스스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제가 보는 건 일부고, 고 지부장이 실제 지내는 공간은 모르니까요. 최소한 두 번째로 보도할 때는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저 공간이 정말 사람이 300일가량 있어도 되는 공간인지 봐야 조금 더 다른 기사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초에 보도했는데 똑같은 기사를 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올라갔죠. 올라가 보니 진짜 무서웠어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올라갈수록 바람의 저항 때문에 몸에 무게가 실려요. 그래서 밑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무서웠어요."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여름에 고진수씨와 통화한 거 같아요.
"지난해 7월 25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세종호텔 농성장을 찾았어요. 그 자리에서 김 장관이 이렇게 말했어요. '노사 법치주의라는 말로 많은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저도 많은 경험이 있습니다만, 그것보다 우선하는 게 노사 자치, 노사 합의'라고요. 세종호텔이 법원 판결을 앞세우며 노사 대화에 나서지 않는 상황을 그래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김 장관의 상황인식이 문제해결로 나아가진 않았어요. 정권 바뀌고 노사 간 대화 자리는 마련이 됐는데, 거기까지예요."
- 세종호텔 대표이사와 통화했잖아요, 어땠나요?
"사실 그 사람은 어디 외부에서 영입된 사장이 아니고 20년이 넘게 이들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에요. 해고자의 동료예요. 1989년도에 세종호텔에 입사해서 세종호텔을 자기 가정처럼 생각한다고 인터뷰했던 분이세요. 지금 해고되신 분들이 대부분 20년 이상 근무하셨던 분들이거든요. 그럼, 정말 매일같이 얼굴 봤던 사람들인데 이들을, 동료를 내보내게 된 부분에 미안함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없는 거 같더라고요.
정리해고는 징계 해고가 아니잖아요. 회사 경영진이 경영을 잘 못해서 경영상 위기로 이분들이 해고됐잖아요. 그러면, 미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호텔 대표와 통화하면서 그 말을 제가 물었어요.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이지 않습니까?' 그 말 했더니 그냥 바로 전화를 끊으시더라고요. 그런 질문 하지 말라면서요.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해고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 다 만회하고 지금 경영 상황이 되게 좋아져서 복직시킬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라고 물었는데 그것도 묻지 말라고 하면서 그냥 전화를 끊으시더라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세종호텔 정리해고는 대법원판결이 났다는 이유로 회사도 정부도 거기에 주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법원 판결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고, 억울한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호소해야 할까요. 언론이 취재해 그들의 억울함에 합리적 근거가 있어 보이면, 언론이 법원 판결의 부족함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언론이 보고. 다시 문제제기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왜 다들 끝난 사건처럼 말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보도를 하면 꼭 달리는 댓글이 '떼쓰면 다 들어줘야 되느냐,', '왜 고공에 올라가서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냐'라는 식인데 보면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저도 취재하면서, 한 사람이 고공에 오르는 데에는 그를 꼭대기로 밀어 올린 사회 구조가 그 배경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이 사건을 보시는 분들도 오죽하면 사람이 저렇게 살기 힘든 곳에 올라가서 300일을 버틸까,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혹시 이게 구조적으로 잘못된 건 아닐까. 법원 판결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닌 것처럼, 우리 누구나 다 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시각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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