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권창훈이 프로축구 제주 SK로 이적했다. 제주 구단은 지난 1월 3일 공식 채널을 통하여 권창훈을 영입했다고 알렸다. 신임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제주의 1호 영입이기도 하다.
권창훈은 구단을 통하여 "제주SK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서 정말 기쁘다. 팬들을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님과의 재회도 기대 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권창훈은 한때 한국축구를 이끌어나갈 특급 재능으로 꼽혔던 선수였다. 수원삼성 유스 출신으로 2013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2016년까지 수원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하며 2년 연속 K리그1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선정될만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2017년부터 유럽 무대에도 진출하여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권창훈은 유럽 최상위 5대리그로 꼽히는 프랑스 리그앙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4시즌을 활약했다. 특히 2017-18시즌에는 프랑스 디종FCO에서 11골 3도움을 기록하며 차범근, 박주영, 손흥민에 이어 한국 축구선수 역사상 4번째로 '유럽 5대리그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권창훈의 커리어를 바꾸어놓은 것은 프랑스 디종시절 2018년 봄에 당한 아킬레스건 부상이었다. 이 부상으로 인하여 같은 해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출전이 좌절되었고 이후 기량도 서서히 하락세를 드러냈다.
2021년 5월 권창훈은 친정팀 수원을 통하여 국내로 복귀했다. 이후 김천 상무(군복무)를 거쳐 2024년 1월에는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지난 2025시즌에는 전북에서 주로 교체와 수비 자원으로 활약하며 31경기에 출전해 2골·4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더블(K리그, 코리아컵 2관왕)에 기여했다.
권창훈은 국가대표에서도 각급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대표팀을 시작으로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 201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016년 AFC U-23 챔피언십,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에서 활약했다. A매치 기록은 43경기 출전 12골이다.
하지만 활약상에 비하여 메이저대회와는 유독 운이 없었는데, 전성기에도 잦은 부상과 어긋난 타이밍으로 인하여 월드컵과 아시안컵 본선 등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기로 유명했다.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아시안게임 출전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엔트리에 마침내 승선하여 조별리그 2차전인 가나전(2-3패)에 선발출장한 것이 권창훈의 유일한 A대표팀 메이저대회 출전 기록이다.
권창훈의 제주행은 코스타 감독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권창훈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재임 초창기에 국가대표팀에서 '벤투호의 황태자' 중 한 명으로 불릴만큼 꾸준히 중용받았던 선수였다. 또한 코스타 감독은 당시 벤투 감독을 수석코치로 보좌하며 권창훈의 장단점을 누구도 잘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코스타 감독은 벤투 감독을 보좌하여 4년간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활동했기에 외국인 감독이지만 한국축구와 선수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비프로 선수출신의 지도자로 오랜 축구경력 동안 코치로만 활동하고 감독 경험은 이번 제주가 처음이라는 것은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코스타 감독 역시 일단 벤투 감독과 비슷한 빌드업과 점유율 기반의 축구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열린 공식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제가 추구하는 축구는 주도적이고 긍정적으로 볼을 소유하는 경기다.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겠다. 벤투 감독과 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할 수 있다. 벤투의 DNA가 내게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권창훈에 있어서도 코스타 감독과의 재회는 커리어 2막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수 있다. 권창훈은 K리그 복귀 이후 아킬레스건 부상 이전만큼의 퍼포먼스를 더이상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시즌 전북에서는 시즌 초반 주전경쟁에서 밀렸으나 거스 포옛 감독이 권창훈을 왼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깜짝 변경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권창훈은 낯선 풀백 포지션에서 의외로 잘 적응하면서 후반기에는 미드필더와 병행하며 후반 전북의 핵심 조커 자원으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다만 코스타 감독이 포옛 감독처럼 권창훈을 수비수로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부상 이후 플레이 스타일이 상당히 달라진 권창훈은, 미드필더나 윙어로 활용하기에는 빠른 슈팅 타이밍과 적극적인 2선 침투, 공격포인트 생산성 등의 장점이 많이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볼을 다루는 센스와 감각적인 크로스 능력만큼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또한 K리그에 처음 데뷔하는 외국인 사령탑인 코스타 감독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후방 빌드업과 전진 패스의 전술적 구조를 이미 이해하며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권창훈 같은 선수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추락했다가 기사회생한 제주에게 권창훈의 큰 경기 경험과 운영능력은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벤투호의 '오른팔'과 '황태자'의 3년 만의 재회는, 다음 시즌 K리그에 어떤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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