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게임(GG), 한국의 게이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스틸
㈜바른손이앤에이
불과 한 세대 만에 한국은 전체 인구 중 7할이 게임을 즐기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인 게이머는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 '규격 외' 집단으로 인정받는다. 그야말로 '게임의 민족', '세계 최고 수준 게이머 양성소'로 등극한 셈이다. 그 미스터리에 다가서는 게 3부가 도맡는 역할이다.
1980년대, 동네마다 '오락실'이 들어선다. 아이들은 학교와 집 통학 길에 비밀기지로 이곳의 잠재력을 파악한다. 동전 하나로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또래 사이에서 권위와 인정의 척도가 된다. 이들은 개별 오락실의 영주에서 점차 동네 제패를 위해 경합에 나선다. 그랬던 이들의 후예가 2000년 밀레니엄 전후로 번성한 PC방에서 이제 전국 제패를 걸고 24시간 내내 혈투를 치른다. 온라인 게임의 거대한 가상공간은 이 사이버 검투사들이 승부욕을 불태우는 투기장으로 전환한다.
한국인 게이머는 세계적으로 '대상혁(세계구급 게이머 '페이커'의 별명)'을 필두로 집요함과 근성, 지독하게 잘한다는 이미지로 유명하다. 이들은 개발사가 적어도 반년은 걸릴 거라 자신하던 최상위 '레이드(공격)' 대상을 단 6시간 만에 격파할 정도다, 게임의 민족이 아니고선 설명하기란 불가능한 지경이다.
여기에서 제작진은 문화심리학자를 등장시켜 한민족의 게이머 천성을 해설하기 시작한다. 고대부터 '투호' 같은 피지컬 게임은 물론,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바둑이나 장기 등 전략·전술 게임, 아날로그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봐도 무방한 조선 시대 양반 선비들의 보드게임 '승경도'까지 듣고 있자니 정말로 게임을 즐기는 게 본성인가 싶을 정도다.
전문가의 게임 사회학 강의는 계속된다. 이용자 취향과 선호에 따라 각각 승부라는 도파민에 몰두하는 '킬러' 유형,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성취' 유형, 협력과 소속감, 커뮤니티 활동에 집중하는 '사교' 중시형, 사회적 집단화보다 나 홀로 여행을 즐기는 '탐험가' 유형으로 4분단면을 입체적으로 설정해 한국 게이머들을 분류한다.
극소수 전업 게이머 외에도 4대 유형 중 승부와 행동주의 경계선에 속하는 이가 가장 많다는 건 복잡한 해석을 요할 부분이다. 자기중심적 공격성이 외국 이용자에 비해 강하단 특징, 일본 'N4' 세대처럼 현실 사회생활 대신에 게임으로 만족하며 커뮤니티 중심 온라인 게임보다 1인용 콘솔 게임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는 사례는 게임을 넘어 한국 사회 지형분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역사를 넘어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탐구하는 기획
특정기업의 30주년 기념으로 출발한 기획인데도 <세이브 더 게임> 3부작은 자사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흔한 오류에 빠지지 않고, 자신들이 발 딛은 역사에 관해 백서를 편찬하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세대가 바뀌면 금방 휘발되고 마는 구전되는 기억을 하나의 사료로, 그것도 대중적 접근성이 월등한 영상 실록 형태로 제작한 건 중요한 사료로 오래도록 유용할 테다.
투자 및 지원 측도, 제작진도 게임 문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기에, 흔히 요즘 세대가 '린저씨(리니지+아저씨)'라 부르는 직전 세대의 과거 미화라 불릴 접근법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존재하는 특정 세대가 자신들의 청춘을 추억하는 문화 코드로 초기 게임 역사를 기록하는 건 그들의 권리로 이해할 만하다.
물론 초창기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의 명암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츠 해방전쟁' 등 몇몇 사건이 빠진 건 아쉬운 일이다. 게임을 향유하며 애정을 가진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본격 게임 역사서라 여기면 딱 맞는 작업이다. 어쨌건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노릇. 이젠 대중문화의 엄연한 일부가 된 게임의 사회적 영향에 관해 더 풍부한 논의를 기약하면 될일이다.
<작픔정보>
온 더 라인 / 굿게임(GG), 한국의 게이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5|한국|다큐멘터리
2025. 12. 29. 공개(넷플릭스)|72분/34분|전체관람가
감독 박윤진|PD 이원일
기획 / 제작 ㈜사이드미러
제공 재단법인 넥슨재단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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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