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스틸컷
스튜디오 린린
20년 된 옛 이야기를 돌아보는 까닭
<위험사회>는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옛 이야기다. 영길과 진수가 사채빚을 쓰고 제 삶을 망가뜨려가며 도박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비단 강원랜드가 아니라도 비슷한 이야기는 쌔고 쌨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일제강점기며 조선시대, 심지어는 고려에 이르기까지 도박으로 제 딸 농까지 팔아먹고 조상 전답을 잡혔단 이야기가 여러 기록에 숫하게 등장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감독은 2023년에 20년도 더 된 강원랜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건 이 이야기가 갖는 시대적 유효함이 있다는 판단일 테다.
지난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전해진 연출의도로부터 이 영화가 가진 유효함을 짐작해볼 수 있겠다. 김병준 감독은 말한다. "OECD 중, 국가에서 주도하는 사행산업이 한국이 제일 많다"고, "주식이나 비트코인이나 땅 투자 아파트 투자 등... 탐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본능이며 누구나 도박중독에 걸릴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위험사회>는 한국 사행산업 중 최고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 곳, 대한민국 도박 문제의 시작이라고 평가받는 곳, 바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위치한 강원랜드 카지노의 이야기"라며 "공적 역사의 기억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이 각종 사행성 게임으로 병들어 있단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 도박게임이 공공연히 유통되며 젊은 남성의 도박중독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온라인 실시간 배팅게임부터 불법 스포츠토토, 홀덤펍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이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진 오늘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국가가 도박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사행성 게임을 산업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 규모 6조 원 대에 이르는 합법 스포츠토토는 물론이고, 경마와 경륜, 조정 등 배팅이 가능한 게임, 내국인 카지노까지가 하나같이 도박자를 양산하는 주요한 창구로 기능한다. 절제력 있는 이용객이 유흥수단으로 이를 즐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들 게임이 벌어지는 현장을 눈으로 보면 누구나 사행산업의 이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분야를 국가 주도로 진행하는 건 과연 타당한 일인가. 그 수익 배분 또한 과연 적절하다 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가 이 같은 결정에 거의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또한 돌아봐 마땅하다. 국가가 제 책임을 방기한 가운데 영화 속 패가망신하는 이들의 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위험사회>가 그저 20여 년 전 옛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험사회포스터
스튜디오 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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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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