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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고 했지만... '캐셔로'의 자기모순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캐셔로>

25.12.30 13:43최종업데이트25.12.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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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해당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캐셔로>가 지난 26일 공개됐다. 공개 직후 화제의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2>를 밀어내며 단숨에 대한민국 넷플릭스 TV 시리즈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연진 면면도 화제성을 뒷받침한다. 올해 드라마 <태풍상사>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준호가 주인공 상웅 역을 맡았고, <폭군의 셰프>에서 열연했던 이채민(조나단)과 강한나(조안나)는 남매 빌런으로 등장해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여기에 김혜준(민숙), 김병철(변호인), 김향기(방은미)까지 합류하며, 이들의 얼굴을 한 화면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반가움을 더한다.

주인공 상웅은 결혼 자금과 집값에 허덕이는 평범한 공무원이다. 여자친구 민숙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늘 돈 앞에서 막힌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초능력이 전수된다. 정확히 말하면 물려받았다기보다는, 상웅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떠안게 된 힘에 가깝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상웅은 이 초능력을 아버지로부터 돈 만 원에 '강매'당했다.

 K-히어로물 드라마 '캐셔로'는 현재 대한민국 넷플릭스 TV시리즈 1위에 올라있다.
K-히어로물 드라마 '캐셔로'는 현재 대한민국 넷플릭스 TV시리즈 1위에 올라있다.넷플릭스

상웅이 얻은 초능력은 손에 쥔 돈만큼 힘이 강해지는 능력이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의 제목이 왜 '캐셔로'인지 분명해진다. 귀여운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지만, 캐셔로는 'Cash(돈)'와 'Hero(영웅)'를 합쳐 만든 단어다. 영웅 서사의 출발부터가 이미 돈과 거래의 형태를 띤 셈이다.

문제는 이 초능력이 매우 가혹한 제약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돈이 많을수록 힘이 강해지지만, 반드시 '내 돈'이어야만 한다. 남의 돈으로는 능력을 쓸 수 없다. 자기 돈을 써 가며 남을 도와야 하는 처지인 것. 넷플릭스 공식 소개 문구처럼, 상웅은 '짠내 나는 생활 밀착형 히어로'다.

게다가 초능력 사용에는 한도까지 존재한다.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최대치가 정해져 있고, 이를 초과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일정 기간 동안 초능력을 전혀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무한한 힘을 전제로 한 기존 히어로물과 달리, 제약 조건 자체가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는 점은 분명한 차별점이다.

 자신의 힘은 돈이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거라 말하는 <캐셔로> 주인공 상웅
자신의 힘은 돈이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거라 말하는 <캐셔로> 주인공 상웅넷플릭스 갈무리

이러한 한계는 상웅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그와 함께 팀을 이루는 다른 초능력자들 역시 각자의 연료를 소모해야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병철이 연기한 변호인은 술을 마신 만큼, 김향기가 연기한 방은미는 섭취한 칼로리만큼 힘을 쓸 수 있다. 이 설정은 시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 과정을 통해 긴장감은 살아나지만, 통쾌하게 쏟아지는 액션의 쾌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들과 맞서는 빌런 조직 '범인회'는 초능력만 빼고 모든 것을 가진 거대 범죄 집단이다. 자본, 권력, 인력 모든 면에서 히어로 팀을 압도한다. 범인회는 자신들에게 없는 초능력마저 소유하기 위해 초능력자들을 사냥하고, 돈으로 능력들을 사고파는 데 주저함이 없다.

상웅을 중심으로 한 히어로 팀이 범인회를 상대하는 과정은 시종일관 버겁다. '초능력자'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간신히 버텨내는 싸움의 연속이다. 범인회가 가장 탐내는 힘은 역시나 상웅, 즉 캐셔로가 가진 능력이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가진 그들에게 상웅의 초능력만 손에 넣는다면, 세상을 장악하는 일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히어로 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웅의 초능력이 없다면 이 싸움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결국 돈이 놓여 있다. 돈이 곧 능력으로 치환되는 현실과 겹쳐지며, 드라마는 묘한 불편함을 남긴다. 초능력은 개인의 의지나 정의감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자원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 메시지는 마지막 8화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겉으로 보면 모두가 힘을 보탠 연대의 순간이다. 개인이 아닌 공동의 선택으로 악을 제압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장면은 감동보다 어색함을 먼저 남긴다.

드라마가 중반까지 꾸준히 쌓아온 메시지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7화에서 한도를 넘겨 힘을 사용한 탓에 초능력을 잃은 상웅에게, 그의 아버지는 분명 말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말에서 모든 것이 다시 돈으로 환원되는 순간, 그 선언은 힘을 잃는다.

돈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끝에 남은 것은, 결국 돈의 효능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제목은 '캐셔로'보다 '캐시로'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캐시가 곧 영웅이라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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